원자력 에너지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 등으로 위축됐던 원자력 발전이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각국의 에너지 경쟁력 확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로 인해 세계 각국이 당장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도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건립 붐을 촉발시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근호(7월9일자)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지 못하느니 차라리 원자력을 활용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환경보호론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원전 확대는 세계적 추세 유럽에선 핀란드가 TVO란 컨소시엄을 만들어 미주대륙과 유럽을 통털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 건립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의회도 새 원전 건립을 최근 승인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달 28일 원전 건설 지원책을 담은 에너지 법안을 통과시켜 부시 행정부의 원전 활성화 의지를 뒷받침했다. 원전 건설이 금지돼 있는 독일에선 기민당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 규제를 풀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폐막된 G8(선진 7개국+러시아)회의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 받은 중국도 2020년까지 원전 30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 앞선 원자력 기존 원전의 전력생산 비용은 미국의 경우 1㎾h(시간당 1㎾)당 1.7센트로 석탄발전 2센트,가스발전 5.7센트에 비해 저렴하다. 운영효율이 높아지면서 원자력 발전 변동비가 줄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미국에선 한때 지자체들이 10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합병을 통해 운영 효율이 급속히 높아졌다. 각기 다른 설계대로 지어진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는 최근 표준화를 추구,운영비용을 20% 절감했다. 여기에 유럽에선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이 t당 29유로로 올초에 비해 4배 가까이 오른 점도 원전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원전업체 물밑경쟁 치열 컨설팅업체 세라(CERA)에 따르면 상업용 원자로를 갖고 있는 나라는 31개국이며 원자로는 총 439기,세계 전력 생산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금액으로 연간 1000억~1250억달러 규모다. 그동안 부진했지만 아직도 작지 않은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매물로 나와있는 웨스팅하우스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선진 기술 확보전도 가열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력업체인 프랑스 아레바사의 줄라메 뒤로 CEO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원전 관련 엔지니어 1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