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 연정을 공론화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권력분점을 통한 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예상된다. 야권은 '국면 타개를 위한 정략'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해득실을 따지는 움직임도 없지 않은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개헌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생각하는 안은 여야 주요 정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통한 거국내각 구성과 민노당,민주당과 연합하는 소연정 정도로 보인다. 이 중 대연정은 한나라당의 반발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자연 현실적 대안은 여권에 민노당과 민주당이 참여하는 소연정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손잡았던 이른바 'DJP연대' 방식이다. 소연정 고리는 역시 권력분점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여소야대 구도 해소를 위해 국무총리와 내각을 국회 다수 정파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민노당 민주당이 여권에 합류한다면 일정한 수의 장관직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과거 'DJP정권'에서 자민련에 5자리의 장관직이 할애됐던 게 모델이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 김효석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에게 장관직을 제의했던 것이나 민노당에 노동부 장관직 등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여권 주변에서 나오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의 기본인 명분과 실리가 당장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칫 야합으로 비춰질 경우 당의 정체성 상실은 물론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각당의 다른 계산법도 연정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거꾸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연정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각 당의 복잡한 사정상 조기에 연정까지 가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당장은 사안별 정책공조를 강화하고 이를 정책연합으로 발전시킨 뒤 최종 단계인 연정으로 가자는 게 여권의 구상인 것 같다. 여권이 최근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0석으로 낮춰달라는 민노당 민주당의 요구를 내부적으로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