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무고시에서는 여풍(女風)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여성 합격자(10명)가 전체(19명)의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물론 수석 및 최연소 합격자도 모두 여성이었다. 7일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도 제39회 외무고시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어선 것은 사법·행정·외무고시를 통틀어 사상 처음이라며 갈수록 커지고 있는 공직사회 여성파워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번 여성 합격자 중에는 특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둘째딸 미성씨(25)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99학번(4학년 재학 중)인 미성씨는 지난 2003년 1차 합격 후 2차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올해 외무고시 1,2차 시험을 거푸 통과한 뒤 이날 최종 합격했다. 미성씨는 대학 1∼2학년 때 학내 록그룹의 드럼주자로 활동할 정도로 다방면에 활동적이고 친화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씨는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남북관계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석은 해외 어학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은 '순수 국내파' 장혜정씨(23)가 차지했다.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01학번으로 평소 어학에 관심이 많았던 장씨는 국제정치 관련 공부를 하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웠다. 장씨는 "최근 갈등을 보이고 있는 한·일관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일본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연소 합격자인 정경화씨(22)는 1996년부터 3년간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외교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은행원이었던 부친의 베트남 발령과 함께 현지 생활을 시작한 정씨는 고엽제 환자와 기형아 등 베트남 전쟁 후유증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평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대 외교학과 01학번인 장씨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국제통상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여성 합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94학번인 김동준씨는 나이 서른에 '최고령 합격자'란 꼬리표를 달았다. 외무고시 2차 시험만 5번을 보는 끈기를 발휘한 끝에 4전5기에 성공했다. 순수 국내파인 김씨는 영자신문 등으로 영어 실력을 길렀으며 통상 분야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합격자 명단】 ▷외교통상=여창훈 서광현 배현진 장영재 정경화 천미성 이수철 김혜진 허인선 장형욱 한은실 유경진 김동준 서은영 장혜정 이주원 양서진 이지훈 ▷외교통상(영어능통자)=정수현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