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김우중 회장 심경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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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바라보기 수사는 검찰에서 제일 금기시하는 것인데…."
대검찰청 중수부 관계자가 7일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을 구속수감한 지도 벌써 20여일 지났지만 김 회장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출국배경을 묻는 질문에 "채권단과 임직원이 권유해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 계열사 사장들을 소환해 대질 신문도 하고 있지만 이들도 입을 다물기는 마찬가지. "김 회장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사실 분식회계나 이를 근거로 한 불법대출,불법적 외환유출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선 그도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5년8개월 전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만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사실 검찰도 김 회장의 출국배경과 관련해 대충의 윤곽은 파악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 회장이 1999년 10월 돌연 출국한 시기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따라서 자산규모 2위인 대기업 총수가 국민적 비난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이국땅을 떠도는 '도망자'로 전락할 이유는 없었다.
이에 반해 당시 권력실세들에게 김 회장은 눈엣가시였을 게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범정부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대우 워크아웃이 김 회장이라는 암초에 걸려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위층의 의중을 읽은 권력실세들이 김 회장의 외유를 종용하기 위해 총대를 멨을 개연성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이다.
김 회장은 출국배경과 관련,입을 여는 순간,불어닥칠 후폭풍의 강도를 그 자신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김 회장이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은 측근들에게 "정 그렇다면 당시 정황을 제대로 기억해 정리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당시의 계열사 사장 3~4명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기억되살리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대우 몰락,김 회장의 출국배경과 관련된 의혹들이 속시원히 풀릴지 두고 볼 일이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