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체질적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에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지만 증시는 좀처럼 상승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내외부 변수에 대한 반응도가 둔감해지면서 과거처럼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외부 충격에 `무덤덤'..상승일로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3.25포인트 빠진 1,015.76으로 출발했으나 곧 상승세로 전환해 장중 1,026.56까지 오르면서 지난 5일 기록한 전고점(1,025.25)을 가볍게 돌파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1.57포인트 하락 출발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장중 한때 520.05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8월물이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1.28달러를 기록하고 두바이유도 배럴당 54.67달러로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으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당초 관측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국내 증시는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오르내리는 동안 외부 충격에 내성이 강해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지난달 21일 종합주가지수는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으며,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수차례 60달러를 넘어섰을 때도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27일 1.13%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합권 등락 양상을 나타냈다. 올 3월 1,000선 돌파 이후 환율 충격에 크게 출렁이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강해진 배경은 국내 증시의 체질 강화를 가능케한 요인으로는 우선 풍부한 유동성을 꼽을 수 있다. 간접투자문화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월 5천억원 이상 적립식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월말에는 `적립식 펀드 효과'로 어김없이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마저 반복되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강도높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것도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을 한차원 강화시켰다. 주요 기업들의 올 2.4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는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면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원.달러 환율이 1천50원을 상회하면서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등 수출주들의 주가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아울러 종합주가지수 1,000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많이 희석됐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올 3월을 포함, 과거 4차례의 1,000선 돌파 시기에 주가지수가 1,138.75까지 올랐던 1994년을 제외하고는 1,000선을 불과 4∼9일 밖에 유지하지 못하고 미끄러지고 말았으나 이번에는 지난달 16일 이후 1,000선 유지일수가 11일이나 될 정도로 지지 흐름이 견고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한차원 높아진 기업 실적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면서 "이처럼 달라진 증시 여건을 토대로 외부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무뎌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