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5일 사이버 폭력이나 명예훼손이 급증하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네티즌과 시민단체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무분별한 인신공격 등에 따른 개인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독재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 네티즌, 찬성으로 돌아서= 최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네티즌을 상대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찬성' 의견이 반대를 훨씬 앞질렀다. 야후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찬성 79%, 반대 20%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네이버나 드림위즈에서도 찬성의견이 각각 65%, 57%로 반대의견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이는 최근 `개똥녀' 사진이나 서울대 폭행사건 당사자의 사진과 실명이 인터넷에 떠도는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데 따른 자성의 분위기라고 풀이된다. ID가 `zoozin'인 네티즌은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홈피부터 공격해 사진을 유포하는 것은 개인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나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인터넷실명제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ID가 `줌인'인 네티즌은 "실명제가 최선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소한 `인민재판' 같은 집단테러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이라고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온라인 여론조사는 정확성이나 객관성의 측면에서 실제 여론과 다소 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박원석 국장은 "얼마전 `연예인 X파일' 사건이 터지자 네티즌들은 너도나도 인터넷에서 파일을 구해서 보고도 `실명제'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을 펴는 등 이중적인 면이 있다"며 "인터넷 여론조사를 마치 객관적인 여론인양 호도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 시민단체 `실명제 절대불가'= 네티즌 여론과는 달리 시민단체들은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법제도로도 온라인상의 범죄나 비방, 욕설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며 온라인 수사기법도 발전해 얼마든지 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의 속성상 비방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당사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뒤 사후적 조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나, 신고제를 강화하고 범법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일벌백계'의 사회적 계도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 참여연대 박원석 국장은 "일부 도를 넘어선 비방이나 욕설이 인터넷 문화를 훼손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자율적 자정능력에 맡길 문제이지 실명제와 같이 발언 창구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독재시절 언론봉쇄와 같은 발상"이라고 못박았다. 경실련 윤순철 정책실장도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문화'를 바라보는 접근법의 하나이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문제"라며 "`규제'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합의를 통한 자율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발언 통로를 봉쇄하려 하지 말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을 적극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 `위험한 실명제' 안전장치 필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경찰에서는 "각종 범죄는 예방될 수 있겠지만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마련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포털사이트와 금융사이트 등이 실명인증을 통해 모인 거대한 규모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 판매나 해킹에 대한 무방비 노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명인증을 받는 포털사이트, 쇼핑몰 등 인터넷 업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적격자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cim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