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정보통신부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인터넷 실명제(實名制) 도입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쟁점이 됐다고 한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 이른바 인터넷 역기능에 따른 피해는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제는 뭔가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문제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익명성을 악용한 인권침해 등 우려할 만한 사건이 터졌을 때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극명(克明)한 찬반 양론이 대립돼 쉽게 접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타인의 인격권이나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각각 들고 나왔던 것이다. 양쪽 모두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식의 찬반 논쟁으로 시간만 보낼 수는 없는 일이란 점이다. 그렇게 하다간 현재와 같은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의 수준을 넘어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 결과 네티즌들 사이에서조차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찬성 의견이 늘어나고 있겠는가.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측도 인터넷 역기능에 따른 피해는 부인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 법리적 혹은 관념론적 차원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할 게 아니라 방법론의 차원에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인터넷 부작용을 실명제 외에 달리 해소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면 특히 그렇다. 우리는 급속히 퍼져나가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한번 당한 피해를 사후적으로 완전히 회복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란 점에서 사전적으로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인터넷 환경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실명제는 그 대안일 수 있다. 만약 현 시점에서 전면적인 실명제 실시에 무리가 따른다면 어떤 공간이 실명제가 필요하고 또 어떤 공간이 익명성을 요구하는지 논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이지 양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선진화된 인터넷 환경 조성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