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대표적인 'IT 백(잇 백)'은 발렌시아가 멀버리 및 고야드 제품이다. 이중 프랑스 발렌시아가의 모터사이클백은 무너져가는 패션하우스를 살린 빅 히트 제품으로 꼽힌다. 발 빠른 패션리더는 요즘 들어 영국 멀버리백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질 좋아 보이는 가죽 소재에 넉넉한 사각 모양의 이 가방은 케이트 모스,제시카 알바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들고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자주 포착되면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영국 고야드는 고유의 로고가 일정하게 프린트된 디자인이 특징으로 국내에서는 요즘 막 뜨고 있는 브랜드다. 특이한 점은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프라다와 같은 대형 패션그룹의 제품이 잇 백 대열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루이비통이나 크리스찬디올에도 밀리언셀러들이 존재하지만 그 제품을 잇 백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많이 팔렸고 인기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잇 백은 아니지요. 그 기준은 트렌드세터들이 얼마나 갖기를 열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자기들만 아는 매장에서 쇼핑하고 그들만의 공간에서 즐기고 싶어해요. 잇 백이 널리 보급되면 그 순간 잇 백이 아닌 거죠." 디자이너 채진숙씨는 "이미 널리 알려지고 백화점 여러 곳에 대형 매장을 낸 브랜드는 소수의 소유욕을 자극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멀버리 고야드 등은 지금도 서울에 단독 매장이 없다. 무이 인더우즈와 같은 멀티숍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량이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모터사이클백을 든 사람들이 압구정 청담동 일대에선 밟힐 정도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면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도 그래서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