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성이 자기들만의 영역이라고 착각한다.


대학생들에게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해 물었더니 60%의 학생들이 노인들도 성생활을 하느냐고 되묻는가 하면 50~60대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런 생각의 뿌리는 성행위는 종족보존을 위해 하는 것이지 쾌락을 위해 하면 안된다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과 가부장적 사상에 있다.


하지만 실버의 실제 성생활은 깜짝 놀랄 정도로 활발하다. 필자가 최근 실시한 면담조사에서 아내와 같이 살고 있는 65세 노인은 두 달에 한 번씩 한다며 부인보다 다른 사람과 더 많이 한다고 밝혔다. 젊은이의 짐작과 달리 60대 노인들 사이에도 혼외정사가 상당히 일반화돼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부인을 사별한 82세 노인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파출부 할머니랑 관계를 갖는데 사실상 매춘과 다름없지만 아주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성친구와 동거를 한다는 65세 노인은 "사별한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아내와 살 때보다 훨씬 잦은 이틀에 한 번씩 성생활을 한다"고 털어놨다.


배우자와 사별한 78세 노인은 월 2회 정도 스킨십만 해도 엔돌핀이 쏟아진다며 정력을 과시했다. 실버세대는 이처럼 성적으로 왕성한 데도 '사회가 노인의 성을 무시한다'(46.7%)며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노인들도 젊었을 때는 노인들의 성생활을 무시했지만 '늙어보니 그게 아니더라'는 분들이 면담자의 80%를 넘었다.


한 할아버지는 "늙은 게 주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해. 나도 그전에는 늙으면 전혀 안할거라고 생각했었지"라며 젊은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며 젊은 세대의 편견을 오히려 이해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나야 할아버지들 자주 만나고 자주 잠자리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자식들이 그런건 모르지. 굳이 숨겨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그래도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되는 거거든"이라며 자신의 성 생활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다.


성욕을 외면한 채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실버의 성생활을 인정하는 풍토가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