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4차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초청연사로 참석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존 성장주의 모델로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며 "교육과 복지 서비스 투자를 늘리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우리 국민의 생존권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현 수준은 유지돼야 하므로 '삼돌이''삼순이'가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며 저출산·고령화 극복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복지부문의 낭비적 요소를 정비할 것과 민·관의 적극적 역할 분담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주문했다.

◆최도성 한국증권연구원장=복지 확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우선순위를 정립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복지를 도맡다 보면 과투자할 가능성도 높고 비효율을 수반할 수도 있다.

◆김 장관=여론조사를 보면 성장이 중요하다는 견해와 빈부격차가 해결돼야 한다는 견해가 엇비슷하다.

선후를 따져보면 성장론이 다소 앞선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성장모델로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본다.

사회 안전망이 너무 허술하다.

최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양극화 때문에 소비가 8∼10% 줄었다고 한다.

투자도 소비도 이뤄지지 않는데 어디서 경기순환의 실마리를 찾겠나.

◆최 원장=국민연금 개혁이 늦춰질수록 후세대 부담이 너무 커진다.

'더 내고 덜 받는' 제도개혁이 시급한데 정치 프로세스가 뒤따르질 않는다.

◆김 장관=국민연금 문제는 정부와 각 당의 입장이 달라 국회논의만으론 합의하기 어렵다.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국민연금제도개혁협의회'를 만들어 쟁점을 공론화하고 이를 국회가 받아들이는 압박 시스템을 제안할 생각이다.

◆이영란 무역위원장=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정부가 인구 예측을 잘못한 탓이 아닌가.

1983년에 셋째를 낳았는데 남편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자녀수당이나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았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정부가 얘기한 것보다 자꾸 덜 주겠다니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장관=80년 합계출산율이 2.1명으로 떨어졌을 때 인구정책을 전환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신군부는 민주화 요구를 막는 데 급급했고 90년대 들어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정책 결정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예전 경제부처가 국민연금을 공적자금예탁이라는 방식으로 임의로 가져다 쓰면서 비롯됐다고 본다.

불신 해소가 큰 문제다.

◆김일섭 다산회계법인 대표=건강보험제도가 의료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적인 부분은 건강보험이 커버하고 나머지는 사보험에 맡기면 어떨까.

◆김 장관=경제부처들과 청와대가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시험대가 경제자유구역이었다.

특구 내 외국 병원을 여는 문제로 경제부처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공공의료 확충에 4조원을 투입하는 타협점을 찾았다.

그 다음단계로 사보험 문제가 거론되리라고 본다.

하지만 의료는 공공성이 중요한 만큼 의료 서비스나 보험을 전적으로 민간영역에 맡기는 미국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이 서민용과 부자용으로 쪼개지면 의료부문에서도 양극화를 피할 수 없고 사회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DJ정부 때는 생산적 복지를 내걸었는데 참여정부 복지 정책 지향점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동기부여식·자활적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 장관=요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생산적 복지보다 근로빈곤층 문제를 주목하는 추세다.

일을 하는 데도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구멍이 숭숭 뚫려서 사회적 긴장을 초래하는 게 문제다.

강남 집값 급등에 많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안전망이 튼실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경룡 서강대 교수(경영학)=복지정책을 성공적으로 끌고 가려면 신뢰와 화합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

◆김 장관=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나라만큼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가 없다.

21세기에 주어진 도전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리더십이 중요한데 국회의원들은 국민대표지만 정치적 이해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 집단과 여론을 리더십의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원칙과 법을 지키기 위한 지식인과 지도층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 교수=복지측면에서 낭비적 측면이 있는 것 같다.

4대 보험에도 비효율을 개선할 점이 있다.

예컨대 나의 경우 본업 외에 사외이사를 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증이 양쪽에서 나온다.

◆김 장관=부끄러운 일이다.

비효율이 있다면 적극 제거하고 개선해 나가겠다.

복지부 민원 전화가 8∼10종에 이르고 있는데,이를 원스톱으로 바꿀 생각이다.

복지와 노동이 직결된 만큼 장기적으로 노동부 콜센터와 복지부 콜센터를 하나로 통합할 구상도 갖고 있다.

정리=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