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2월에 태어난 관객은 성인영화를 볼 수 있을까? 지금은 볼 수 있지만 올 연말에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진흥법 개정안과 음악산업진흥법ㆍ게임산업법 제정안의 국회 심의가 다가옴에 따라 또다시 성인 연령 기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행 영화진흥법과 음반ㆍ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은 연소자(청소년) 기준을 만 18세 이하(고교생 포함)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개정안에는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즉 연 19세(우리 식 나이에서 한 살 뺀 것, 올해의 경우 86년생)로 상향조정됐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발효되면 연 19세가 되지 않은 고교 졸업생들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나 비디오를 볼 수도 없고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나 음반을 즐길 수도 없게 된다. 현행법에서도 만 18세라 하더라도 고교생에게는 성인물에 대한 접근을 불허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 18세와 한 해 학교에 일찍 들어간 1ㆍ2월생 말고는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나 교복을 입지 않는 한 주민등록증만 보고 고교생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 실제로 관객 동원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영화계 안팎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당초 현행법의 관람 등급 나이를 유지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과 게임산업법 제정안을 마련했으나 관계부처 회의에서 연 19세로 상향 조정됐다. 생일이 지났는지를 일일이 따져야 하기 때문에 동급생간에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청소년보호법 등과도 연령 기준이 달라 단속기관에서 혼선을 빚는다는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음악산업진흥법도 청소년보호법 기준에 맞췄다. 이에 대해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영화는 술이나 담배와 같은 청소년 유해물과 다른 문화매체"라고 전제한 뒤 "단속과 규제를 쉽게 하기 위해 기준을 통일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도 "관람등급 최고 연령이 프랑스는 14세, 미국은 17세, 영국이나 일본은 18세"라며 "문화 향수권의 대상을 줄이는 것은 국제적 기준이나 시대적 추세와도 맞지 않고 영화와 게임 등 문화콘텐츠산업에도 다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법안과 의원 발의 법안이 그대로 통과돼 성인물 수혜 대상이 줄어들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영화계 등에서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를 되돌리려는 노력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고 문광위원 상당수가 이에 동조하고 있어 뒤집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6대 국회 문광위는 연 19세로 개정한 정부의 음비게법 개정안을 만 18세로 환원해 법사위로 넘겼으나 법사위는 다시 연 19세로 수정, 본회의에 제출했다. 그러자 문광위는 만 18세로 낮춘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해 본회의의 표대결에서 승리했다. 이에 앞서 15대 국회 시절인 1999년 영화진흥법 개정과정에서도 똑같은 문제를 놓고 문광위는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격돌해 판정승을 거두었다. 이번 17대 국회에서도 문광위와 법사위가 청소년 연령 기준을 놓고 또다시 표 대결을 벌일지, 만일 벌어진다면 문광위가 3연승을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