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간 밀월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양국은 3~4개월에 한 번꼴로 이뤄지는 정상 간 회동을 통해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등 거의 전방위적으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40여년간 숙제로 남아 있던 국경 분쟁도 이달 초 타결한 상태다. 여기에는 물론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양국 정상의 잦은 회동은 가까워지고 있는 두 나라의 밀월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내달 6~8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이달 30일 러시아를 방문,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후 주석의 이번 방문은 지난 5월 초 러시아 2차대전 승전 60주년에 참석한 지 두 달도 안돼 이뤄지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중국을 찾아 후 주석과 회동했었다. 이들 정상의 공식회담만 해도 이미 6차례나 되는 반면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 횟수는 세 차례에 불과하다. ◆중·러 밀월의 가교는 에너지 두 나라를 이어주는 가교는 에너지분야의 공조다. 특히 세계 2위 석유소비국인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세계 1위의 석유수출국인데다 천연가스 저장량도 세계의 34%를 차지하는 에너지 대국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에너지를 대주는 대가로 풍부한 '차이나머니'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세르게이 곤차로프 주중 러시아 대리 대사는 28일 "이번 정상회담에선 경제 문화 교육 과학기술 관광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확대 방안이 논의되고 공동성명도 채택될 것"이라며 "특히 석유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언론들도 "에너지가 정상회담의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원유를 중국으로 안정적으로 보내는 송유관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 양국 간 교역에서도 에너지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212억달러에 달한 양국 간 교역액은 2010년 600억달러로 전망될 만큼 급증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는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이 올해 1000만t에 이어 2006년 1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에너지 교역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반영돼있다. 러시아가 안정적으로 자원을 공급하는 대가로 중국은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해 9월 방러 때 "2020년까지 1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도 우호적이다. 최근에는 석유업체 유간스네프테가즈를 국영화하는 과정에서 주식 20%를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가 인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원개발 때 외국자본을 배제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다. 러시아는 또 오는 9월 이전에 중국인 단체관광을 허용키로 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인적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군사·외교도 긴밀한 공조 양국은 오는 9~10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1958년 이후 47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의 랴오둥반도와 인근 서해다. 전문가들은 미·일 군사공조에 대응키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양국 간 무기거래도 활발하다. 중국은 미국에 의해 무기수입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어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러시아는 중국에 무기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나라다. 이와 관련,러시아의 전 참모총장인 아나톨리 크바슈닌은 "러시아 군수산업체는 사실상 중국을 위해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많이 공급해 온 우크라이나는 최근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중 무기 수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의 대중 무기 금수 해제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달 초 인도까지 끌어들여 자원에서부터 외교 군사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하는 등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