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2:27
수정2006.04.03 02:30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가 내일 열리는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에 유가폭등에 따른 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체 에너지개발과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전환,소비 절약 등을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요를 관리하는 것 등이 주요 검토사항이다.
앞으로도 초고유가 현상이 고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부 대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게 유가폭등은 정말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수출둔화와 함께 기업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유가로 인한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다음달 초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수립도 막막할 지경이다. 서둘러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절박한 형편이다.
문제는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당장 고유가 충격(衝擊)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대책들만 보더라도 지난 1973년의 1차 오일 쇼크 이래 단골 메뉴로 나온 것들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정부는 그동안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석유비축 확대와 안정확보를 위한 대책들을 수도 없이 내놨지만 제대로 추진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급할 때는 에너지소비절약 해외유전개발 등 법석을 떨다가도 유가가 안정을 되찾으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유야무야되기가 일쑤였다.
한마디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때문에 이번 만큼은 종전처럼 임기응변(臨機應變)식으로 대응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석유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외국의 석유업체를 인수·합병하고 이미 개발된 유전광구를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근래 들어 엄청난 규모로 쌓이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물론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성공 확률도 낮은 해외유전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다변화와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의 전환 등 고유가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유가 대책이 이번에도 또다시 면피(免避)성 전시행정의 하나로 끝나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