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집값이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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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훈 <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요즘 분당과 용인의 집값이 몇 주 새 1억원씩 올라 '집값이 미쳤다'고들 합니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명쾌하게 납득되지 않을 때 마치 집값 그 자체가 생명체이고 정신이 나갔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곳 집값이 정부에게 심술이라도 부리듯 미쳐 날뛰는 것일까요?
먼저 우리가 신문 등에서 접하는 어느 지역 몇 평형대 무슨 아파트값이 얼마가 됐다는 표현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집을 사고 파는 가격의 결정과정과 신문에 보도되는 집값의 작성과정(process)을 이해한다면 과연 그 가격이 납득할 만한 이유로 변화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1986년 이후 국민은행(구 주택은행)은 주택매매가격을 매월 및 매주 변동률과 지수로 발표합니다.
또 민간부동산 정보업체들도 협력 부동산중개업자들에게서 해당 지역의 거래가능가격을 온라인으로 받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별로 표본아파트를 지정하고 실제 거래가격보다는 거래가능한 가격의 상·하한 금액을 받아서 집계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신문에 보도되는 집값이 거래되지 않은 호가(呼價) 위주이지만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향후 추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도자는 매물을 회수하고 매수자는 오른 호가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신호(signal) 또한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기간 어느 정도의 거래량이 확보돼서 형성된 가격만이 시가나 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으로서 의미가 있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래 부동산시장(property market)은 주식 등의 금융상품시장보다 효율성(efficiency)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부동산물건들이 다 다르고,이렇게 다른 물건을 소수의 구매자와 소수의 판매자가 만나 흥정한 결과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대도시의 대단위 아파트단지는 비슷한 물건들이 많아서 거래가능 가격이 인터넷이나 책자를 통해 매주 또는 격주로 널리 알려지다보니 시장정보가 가격에 잘 반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완전경쟁이 아닌 부동산시장에서 어떤 부동산의 진정한 시장가치란 것은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은 거래가능한 상·하한 가격범위(band)이지 단일한 가격이 될 수 없습니다.
즉 부동산가격은 시장에 의해서만 그리고 시장 내에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심리상태도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거래시장의 시간적 범위도 중요합니다.
또 중개업자들이 정보를 유통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비윤리적이거나 불법활동을 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결국 집값이 미쳤다기보다는 집값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보는 편이 옳겠지요.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부는 주택거래신고제 대신 주택거래를 정상화해서 거래물량이 일정 수준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10·29 대책 발표 이후 40% 가까이 거래물량이 급감한 상태에서는 자본 동원능력에 의해 소수의 인위적인 거래도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주식시장에서 유통물량이 적고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기업들의 주식을 상대로 주가조작 작전을 벌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량이 적고 불투명한 정보제공 체계 하에서는 쉽게 호가 위주의 거래가 거래가격으로 전이되어 통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시세차익을 노려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집값이 뛰어버려 영영 집장만하지 못하는 것 아니야?' 하는 두려움 때문에 수요를 앞당기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정책의 신뢰성을 심어줘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