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지난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 사상 처음으로 한때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인 두바이유도 53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고유가 랠리'가 이어지자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항공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조현석 기자와 함께 산업계의 대책에 대해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최근의 유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업계가 아닌가 하는데요. 어떤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유가 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항공업계입니다. 국내 항공사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1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비상사태'입니다. 따라서 기름을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가장 경제적인 항로를 찾는 한편 최대한 비행기의 중량을 줄일 계획입니다. 또 일부 노선에 시행하던 유류할증제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아시아나는 최근 유가급등에 따른 긴급 대책 기간을 선포하고, 박찬법 사장 주재로 수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는 우선 항로를 바꿨습니다. 비행시간을 단축해 연료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프트에서 인천으로 오는 노선을 모스크바를 통과하는 항로로 바꿨습니다. 이 결과 편당 140만원 정도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에는 물과 음료수의 탑재량을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비행기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안을 짜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도 기존 항로를 경제적인 항로로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노선의 항로를 바꿔 20만 달러 정도의 연료비를 줄였습니다. 또 항공기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갈수록 연료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무게중심 최적화를 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연료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 비중이 20%가 넘는 항공사들이 생존 기로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올 여름 성수기 이후 대폭적인 노선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다른 업계의 대책과 반응도 궁금한데요. [기자] 해운업계도 항공사만큼 고유가에 타격을 받는 곳입니다. 이에따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데요. 우선 해운업계는 다음달부터 미주 노선을 대상으로 화물운임에 유가할증료를 20피트 컨테이너 당 206달러에서 307달러로 101달러 인상할 방침입니다. 또 선박들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싱가포르와 함부르크 등에서 급유토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고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에 속하는 화섬업계도 벤젠 등 석유화학제품의 수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원자재 구매선 다양화와 에너지절감 시스템 도입 등의 대응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자동차업계나 철강업계도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의 경우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주 에너지원이 석유가 아니어서 유가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유가로 인해 전력가격 상승, 대체연료 가격 인상, 철강수요 감소 등의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고유가로 인한 내수 악화와 함께 자동차 내장재 급등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현석기자 hsch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