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이는 미국독립혁명 지도자이자 변호사인 패트릭 헨리(1736∼99)가 1775년 3월 버지니아의회가 해산되자 리치먼드에서 개최된 비합법 민중대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국내 교과서에도 소개된 그의 연설은 당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식민지인 아메리카 주민들의 불만을 무력으로 다스리려던 영국에 대한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미국의 민권운동 활동가이자 민중 역사가인 레이 라파엘(62)은 저서 '미국의 탄생'(그린비 펴냄ㆍ남경태 옮김)에서 그의 연설은 한 세대 뒤에 윌리엄 워트가 헨리의 전기를 쓰면서 창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헨리는 당시 혁명을 이끈 유명한 지도자였고 미국에서 가장 큰 버지니아의 주지사를 역임했지만 이렇다할 기록물은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는 웅변가였지 작가가 아니었으며, 그의 명성을 드높여줄 연설을 채록한 사본도 전무했던 것. 또 워트가 헨리의 유명한 말을 처음 소개한 전기가 책으로 나온 것은 헨리가 실제로 그 연설을 한 지 42년, 그리고 그가 사망한 지 18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저자는 나아가 미국인들이 영국에서 독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해 매년 불꽃놀이를 벌이고, 자유의 종을 울리는 독립기념일(7월4일)에는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폭로한다. 실제로 의회가 독립을 가결한 날은 7월 2일이었고, 뉴욕 대표들이 최종 동의한 날은 7월 19일, 핸콕 의장 이외에 대표들이 처음으로 '독립선언문'에 서명하기 시작한 날은 8월 2일이었다. 독립기념일이 7월4일로 굳어진 이유는 대륙회의의 공식 기관지인 '대륙회의 회보'를 발간하는 위원회가 임의로 이날을 독립선언의 서명이 이루어진 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몰리 피처라는 여성은 1778년 몬머스 전투에서 병사들에게 물항아리로 목을 축여주며 전장을 누비던 중 쓰러진 남편을 대신해 대포까지 쏜 여장부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인물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전설적인 여장부를 창조하기 위해 '몰리 대장'과 메리 매콜리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창조한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미국 역사 교과서들 속에서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꾸며낸 건국 이야기 13가지를 찾아낸다. 저자는 나아가 이런 왜곡된 역사가 '낡은 애국심'을 부추겨 결국 진정한 미국적 정신인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368쪽. 1만2천900원.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