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도입된 정리해고 관련법안은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정리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프랑켄슈타인 법규'로 전락했으며,이로 인해 되레 노사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준모 숭실대 교수는 한국법경제학회와 서울대법제도비교연구센터 공동 주최로 24일 서울대 근대법학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법경제학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의 정리해고 관련 규정은 98년 법 개정당시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정리해고가 가능하다고 규정해 혼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대한 해석이 노동계와 재계가 서로 달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조 교수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도 경직적인 정리해고법안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수도이전 문제의 정치경제학적 접근'이라는 논문에서 "수도이전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효율적인 프로젝트라고 보기 힘들다"며 "수도이전으로 인한 폐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비효율적인 대형 프로젝트가 공공연히 추진될 수 있는 것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의사결정방식에 내재된 결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정치가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는 부동층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며 "경쟁관계에 있는 정당 역시 부동표에 목말라 있어 대놓고 반대하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도이전과 같은 거대 정책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단순 다수결보다 높은 정족수를 채우도록 관련 규정을 고쳐야 하며 △일을 벌이기 전에 객관적인 비용·편익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조발표를 맡은 로버트 쿠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경제학)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이동을 제약하는 요소들이 거의 사라져 좋은 제도를 갖추는 것이 그 나라의 부(富)를 결정하는 유일한 조건이 됐다"며 "한국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선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행사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유윤하 한국법경제학회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아시아법경제학회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당면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연구 교류가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컨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비대해진 정부 규제가 과연 경제적으로 효율적인가 등이 공동 연구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총 23개국에서 약 8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했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