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이슈] 게임업체, 요금정책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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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오프닝)
게임업체의 요금정책에 대한 논란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이 문제를 두고 PC방과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게임산업 전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취재수첩 시간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보도본부의 최서우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1) 업계 1위인 엔씨소프트에 이어 넥슨의 요금정책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게임회사의 요금정책 논란이 불거진 발단은 엔씨소프트입니다.
얼마전 엔씨소프트가 신작게임 '길드워'를 자사의 인기게임인 '리니지'에 끼워팔았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2차자료를 제출한 상태며, 최종결론이 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엔씨소프트와 이어 업계 2위인 넥슨이 PC방 요금체계를 변경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넥슨측과 PC방측이 만나 협상을 시도했지만,양측의 이견차가 워낙 커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된 상황입니다.
PC방업주들의 모임인 한국PC문화협회는 오늘 넥슨본사 앞에서 대대적인 궐기대회를 갖을 예정입니다.
앵커2) 자세한 얘기를 들어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넥슨의 PC방 요금체계가 대체 어떻게 바뀐건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정액제에서 정량제로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정액 요금제는 PC방이 한달에 정해진 요금만을 내면 무제한으로 넥슨의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요금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변경된 정량요금제는 PC방이 게임 이용시간만큼 게임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앵커3) 사용한만큼 돈을 낸다 언뜻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요?
끼워팔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넥슨의 변경된 요금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측은 요금제를 정량제로 바꾸면서 통합정량제와 개별정량제라는 두 가지 모델을 내놨습니다.
통합정량제는 넥슨의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며, 개별정량제는 한 종류의 게임만을 사용할 수 있는 요금입니다.
문제는 한 가지 게임을 이용하는 개별정량제 요금이 10개 이상의 게임을 이용하는 통합정량제보다 오히려 비싸다는 겁니다.
새로운 요금가격표를 살펴보면 PC방이 300시간을 통합정량제로 신청하면 6만 8천원을 결제합니다.
하지만, PC방이 한 가지 게임만을 이용하는 개별정량제를 신청할 경우 게임회사측에 7만 5천원을 지불해야합니다.
무려 7천원 정도의 요금차가 생깁니다.
300시간을 예로 들었지만, 이용시간이 이보다 늘어날 경우 두 요금간의 가격차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PC방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입니다.
PC방쪽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새로운 요금제를 만들면서 기존요금제를 폐지한 것도 문제지만 신규요금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다양한 요금제가 있다고 (넥슨이) 말을 하지만 PC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다."
결국 넥슨의 인기게임인 카트라이더를 이용하려면 고객들이 많이 찾지않는 넥슨의 다른 게임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용해야한다는 것이 PC방측의 주장입니다.
앵커4) 제품 한개를 사는 것이 10개를 사는 것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회사쪽에서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죠?
기자)
회사 관계자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기존 요금제(정액제)의 경우 정해진 PC에서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었다.PC방에 게임이용이 가능한 PC가 부족해 게임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바뀐 요금제(정량제)는 사용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면 되니깐 그런 문제가 없다.PC방쪽에서도 이러한 요금제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
결국 PC방 고객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요금을 변경했다는 답변입니다.
앵커5) 요금제를 바꾸면 게임회사의 매출이 좀 늘어나게 되나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 기업인만큼 오히려 그런 이유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이에 대한 답변 역시 회사 관계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매출에 전혀 영향없다. 모의시험을 해본 결과 거의 비슷하다."
(전체PC방의) 60% 이상이 만족한다고 보기 때문에 정량제요금으로 가는게 맞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PC방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요금제를 변경하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회사의 의도가 어찌됐던간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 꼴이 되었습니다.
앵커6) 대형게임회사의 요금정책이 계속 말썽인데,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기자)
게임회사입장에서 PC방은 중요한 소비자이자, 신작게임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채널입니다.
대형업체의 경우 PC방만을 전담하는 부서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업체간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PC방을 둘러싼 마케팅전략도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업체간의 경쟁이 너무 과도해지다보니 이러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자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게임회사가) 신작게임 출시 후 마케팅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사의 인기게임을 이용해 PC방에 압력을 넣으면,자연스럽게 일반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결국 무임승차하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이 새롭게 성장하면서 갑자기 스타가 된 게임업체들의 졸부근성이 표출된 영업형태가 아니냐라는 비판어린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7) 이런 상황이 게임 산업전반에도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가장 큰 문제는 게임업체와 PC방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해 게임산업 자체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PC방이라는 사실 잘 알고 계실겁니다.
하지만, 최근 문을 닫는 PC방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회사와 PC방의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PC방이라는 문화형태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게임회사입장에선 중요한 고객이자 사업파트너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입니다.
둘째, 대형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게임회사가 이런 식의 마케팅을 계속 펼칠 경우 자금력이 딸리는 중소게임개발사는 PC방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합니다.
어렵게 만든 게임도 결국은 소비자에서 알려져야 빛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가능성 자체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8) 지금까지 대형게임회사들의 요금정책과 관련된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까요?
기자)
넥슨의 경우 결국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PC방이 넥슨의 요금제를 찬성하고 있는지 입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게임회사와 PC방 모두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한 자료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답은 양측이 더 잘 알고 있을겁니다.
업계의 파트너로서 서로 한 보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합니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도 이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PC방과 게임회사는 상생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서로를 돕기 위해서 한 걸음씩 양보가 필요한 시기다."
게임산업이 한 단계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역시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최서우기자 s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