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11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담한 조치를 취하면 우리도 이에 상응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으며, 이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이 없자 북한이 수주후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을 추방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한데 이어 플루토늄 생산 시설을 재가동시켰다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와 존 오버도퍼 교수(존스 홉킨스대)가 22일 밝혔다. 두 북한 전문가는 이날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한 '북한을 붙들 순간'이란 제하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두사람이 2002년 11월 제임스 켈리 전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함께 핵문제와 관련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이같은 내용의 친서를 받아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에게 전하고 김위원장의 제안을 따르도록 촉구했었다고 처음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주권을 인정하고 불가침을 보장한다면, 우리도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맞춰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말하고 "만일 미국이 대담한 결정을 한다면, 우리도 이에 상응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두 사람은 지난 17일 김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6자회담에 복귀할 뜻과 함께 핵 프로그램의 포기와 NPT 재가입 용의를 밝힌 것은 동북아시아의 핵 확산 위기를 종식시킬 "흔치 않은 기회"라고 평가하고 부시행정부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파트너들과 접촉한 후 김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을 다룰 수 있도록 김 위원장과 직접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 대사를 평양으로 보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김 위원장 방문을 준비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그러한 방문의 목적은 김 위원장의 발언의 배경이 되는 북한의 정책을 알아봄으로써 과연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인지, 또한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라이스 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을 만난다고 해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용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만일 라이스 장관이 잘 준비된 방문과 성공적인 협상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응답한다면 미국의 외교 총수로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고문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미국과 아시아 주변국들의 끊임없는 6자회담 복귀 압력에 불편해 하고 있다는 징후 일지도 모르며, 김 위원장이 식량 부족 심화로 어려운 사정에 몰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