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의 사의표명과 관련,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며 수리여부를 유보한 것은 사태수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으로부터 윤 장관의 뜻을 전해듣고 "지금은 수습과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윤 장관이 총기난사 사건에 관한 주무장관이자 최종 책임자로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거취문제는 그 다음에 거론해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도 국방장관 교체 판단을 미루게 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기는커녕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이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고 나서는 등 정쟁화 조짐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여론의 향배도 청와대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만 해도 문제를 야기한 원인을 놓고 때마침 북한군의 철책 월경 사건과 겹쳐 군기강 해이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신세대 의식변화 등 군 시스템 문제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대안 제시가 잇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시각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사건 다음날인 지난 20일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과학적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민간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만들어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자체에 대한 진상조사와 군 기강 확립도 물론 중요하지만 군내 문화적, 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고원인을 심층적이고 깊이 있게 파악한 뒤 군 복무환경에 대한 전반적 개혁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말해 장관 교체가 불러올 일시적인 정치적 효과에 연연하지 않고 차제에 군 조직문화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의 교체 여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 그대로 사건이 수습의 가닥을 잡고 군조직과 신세대 장병간의 괴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의 골격이 나온 뒤에야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두고 내달 법무장관 인선 등 일부 부처에 대한 개각 요인을 함께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오는 8월 집권 후반기 돌입에 앞서 철도청 유전사업과 행담도 문제 등 각종 의혹으로 흐트러진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개각폭을 좀더 넓게 가져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윤 장관의 경우 국방부 문민화 등 국방개혁 과제를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여서 노 대통령이 향후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