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2:11
수정2006.04.03 02:13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뉴욕 상품거래소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0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유가 60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같은 초고유가는 내수 침체와 환율 하락 등으로 좀처럼 활력을 회복(回復)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같은 고유가 추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가상승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이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그같은 전망은 사라지고 고유가시대의 고착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우리경제는 수출둔화와 함께 기업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경기회복은커녕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그동안의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돼 있는 터여서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둘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에너지 다변화,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의 전환 등 장기 대책은 물론 에너지 소비절감을 위한 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전제(前提)로 했던 정책변수들은 당초 전망과는 이미 판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만 보더라도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35달러를 기준으로 잡았었지만 이미 5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아울러 이 같은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세계경제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할지를 주시하면서 경제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미리 강구(講究)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부동산가격 앙등의 거품이 일시에 꺼질 경우 고유가와 맞물리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가 60달러시대의 심각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게 고유가는 국제수지 악화와 원가상승,그리고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정신차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