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변신] "나이들어 웬 농사냐구요?"..25년간 SK맨 손용기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농사는 일한 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직업입니다.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미리 착실하게 준비를 잘 하면 그만큼 수입도 괜찮고 일자리가 평생 보장되는 그야말로 웰빙 직장이 될 것입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리 산골에서 유기농 녹차농원인 '영진다원'을 운영하고 있는 손용기씨(58). 25년간 SK그룹에서 근무하다 4년 전에 귀농을 결행한 그는 "농촌을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농사는 후반기 인생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영진다원 유기농 녹차가 명품이라는 입소문이 난 데다 최근 시작한 인터넷 판매 덕분에 월 수입이 200만원 정도로 늘었다. 손씨의 귀농 성공은 도시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도 늘 '후반기 인생은 농촌에서 보낸다'고 작심하고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준비해온 덕분이다. 귀농 아이템으로 녹차사업을 선택한 것은 '수입커피 대신 녹차를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부친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
월급을 아껴 모은 자금으로 고향땅 3000여평을 장만한 손씨는 휴가 등 틈만 나면 차밭을 조금씩 일궜다. 녹차 채취에서부터 차를 솥에서 덖고 손으로 비벼 말린 다음 맛을 내는 과정 등을 일본책까지 읽어가면서 습득했다. '이제 생업으로 차농사를 지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2001년에 낙향했다. 자신이 있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6개월간 자연농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이때 배운 자연농법을 원칙으로 삼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쓰지 않고 퇴비를 사용하는 자연농업이야말로 녹차를 찾는 고객들이 각별히 매력을 느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그렇지만 막상 실제로 해보니 자연농업은 너무 힘들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돋아나는 풀을 뽑느라 팔이 아파 밥숟가락을 못 들 정도였다. 쌀겨와 깻묵을 발효시켜 뿌려주고 볏짚을 깔아줘 토양관리를 하는 것도 교과서처럼 되지 않았다. 몸살을 앓아 일주일이나 일을 못한 때도 있었다. 유기농을 포기해버릴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하는 손씨에게 부인 백숙희씨(56)가 힘을 실어줬다.
도회출신인 부인은 당초엔 손씨의 귀농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으나 차츰 농촌생활의 매력을 익히면서 좌절하려는 손씨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마침내 지난 4월 하동군에서 처음으로 녹차유기농인증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부인 백씨는 직접 재배한 녹차로 전국 녹차만들기 경연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기도 했다.
차맛과 품질에 자신을 갖게 된 손씨는 하동녹차 영농조합의 도움을 받아 '유기농 하동녹차'란 브랜드로 인터넷(자농몰·janong.co.kr) 판매를 시작했다. 손씨는 차보다 자연농법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고추농사 유기농도 준비 중이다. 4년 전부터 키운 매실나무가 내년에 수확을 거두게 되면 매실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영진다원 (055)884-7384
하동=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리 산골에서 유기농 녹차농원인 '영진다원'을 운영하고 있는 손용기씨(58). 25년간 SK그룹에서 근무하다 4년 전에 귀농을 결행한 그는 "농촌을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농사는 후반기 인생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영진다원 유기농 녹차가 명품이라는 입소문이 난 데다 최근 시작한 인터넷 판매 덕분에 월 수입이 200만원 정도로 늘었다. 손씨의 귀농 성공은 도시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도 늘 '후반기 인생은 농촌에서 보낸다'고 작심하고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준비해온 덕분이다. 귀농 아이템으로 녹차사업을 선택한 것은 '수입커피 대신 녹차를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부친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
월급을 아껴 모은 자금으로 고향땅 3000여평을 장만한 손씨는 휴가 등 틈만 나면 차밭을 조금씩 일궜다. 녹차 채취에서부터 차를 솥에서 덖고 손으로 비벼 말린 다음 맛을 내는 과정 등을 일본책까지 읽어가면서 습득했다. '이제 생업으로 차농사를 지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2001년에 낙향했다. 자신이 있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6개월간 자연농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이때 배운 자연농법을 원칙으로 삼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쓰지 않고 퇴비를 사용하는 자연농업이야말로 녹차를 찾는 고객들이 각별히 매력을 느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그렇지만 막상 실제로 해보니 자연농업은 너무 힘들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돋아나는 풀을 뽑느라 팔이 아파 밥숟가락을 못 들 정도였다. 쌀겨와 깻묵을 발효시켜 뿌려주고 볏짚을 깔아줘 토양관리를 하는 것도 교과서처럼 되지 않았다. 몸살을 앓아 일주일이나 일을 못한 때도 있었다. 유기농을 포기해버릴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하는 손씨에게 부인 백숙희씨(56)가 힘을 실어줬다.
도회출신인 부인은 당초엔 손씨의 귀농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으나 차츰 농촌생활의 매력을 익히면서 좌절하려는 손씨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마침내 지난 4월 하동군에서 처음으로 녹차유기농인증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부인 백씨는 직접 재배한 녹차로 전국 녹차만들기 경연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기도 했다.
차맛과 품질에 자신을 갖게 된 손씨는 하동녹차 영농조합의 도움을 받아 '유기농 하동녹차'란 브랜드로 인터넷(자농몰·janong.co.kr) 판매를 시작했다. 손씨는 차보다 자연농법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고추농사 유기농도 준비 중이다. 4년 전부터 키운 매실나무가 내년에 수확을 거두게 되면 매실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영진다원 (055)884-7384
하동=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