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과열의 배경 가운데 하나가 저금리 정책의 장기지속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곧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국내 콜금리의 인상 시점도 멀지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 당국은 경기흐름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엄두도 못낸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 부동산 과열, 금리인상으로 잡아야 하나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배경은 467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이 한몫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초저금리 기조에서 비롯됐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지난 4,5월 두달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각각 2조원 이상씩 급증했으며 5월중에는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합쳐 가계대출 증가율이 19개월만에 최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개인과 가계가 저금리를 십분활용, 은행대출을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의 편법적용을 통한 투기자금 대출을 집중단속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투기지역의 담보대출 억제 방안을 강구키로 하는 등 투기자금줄 죄기에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문석호(文錫鎬) 제3정조위원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현행 저금리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투기를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라는 처방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여당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책당국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부동산 투기가 전국적인 현상이고 장기화할 조짐이 확실하다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조정은 무차별적이고 전국적인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 억제 효과에 약발이 먹힐지는 몰라도 부동산투기와 상관없는 계층과 중소기업이 엉뚱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 투기억제를 위해서는 현재의 콜금리 수준인 연 3.25%에서 최소한 1.00%포인트 이상은 끌어올려야 하지만 현재의 경기부진 상황이 이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 통화정책 당국의 판단이다. ◆ 미국 금리인상, 콜금리 압박 요인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정책금리만 단순 비교할 때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똑같아진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콜금리(연 3.25%)에 비해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장기물 국채금리는 이미 한미간 역전현상이 벌어졌으며 만일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이러한 내외금리차 역전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자본의 대외유출을 우려한 일각에서는 콜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내외금리차 확대 현상에 대한 한은의 입장은 예상외로 확고하다. 한마디로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운용에서 환율하락이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마당에 내외금리차 확대로 외환의 공급 우위 상황이 외환 공급 부족으로 바뀌면 환영할만 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 자본수지쪽에서 마이너스가 발생, 어느 정도 균형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자본수지도 큰 폭의 순유입을 기록,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면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달러강세 기조로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이 당분간 1-2차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나라 콜금리 운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 금리인상의 가능성과 시기에 귀추 주목 저금리 기조로 400조원 이상의 단기부동 자금이 시중에 떠돌고 있지만, 한편으로 개인부채 총규모도 작년말 현재 555조8천85억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만일 금리를 1.00% 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하면 연간 5조6천억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이만큼의 가처분소득이 축소되고 이로 인해 내수경기 회복은 더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금융자산 보유자의 이자소득 증가 효과도 기대되지만 2002년 이후부터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 효과가 이자소득 증가 효과를 능가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과열의 진정을 위한 콜금리인상은 곧 바로 경기냉각으로 직결될 공산이 크다. 특히 한계상황에서 겨우 연명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금리인상은 곧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과열이 전국적 현상이고 지속성을 띨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현재의 경기상황이 완전한 회복국면에 들어서 금리인상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것이라는 정책적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콜금리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연내 콜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 편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