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 가톨릭대(국제학부) 교수는 16일 "한국은 주한 미군의 한반도밖 이동권을 인정하되, 미군의 한반도 기지 사용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 한국과 미국 공동의 판단에 따라 미군의 기지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워싱턴 시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새로운 한미 동맹'을 주제로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 한국과 미국은 첫째 주한 미군의 이동은 미국 주권에 속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둘째 그 기지는 한국땅에 속한 만큼 한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야기하는 경우 주한 미군의 이동과 출입은 곤란하다는 두가지 원칙하에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두번째 원칙의 예외 조항으로서 주한 미군의 이동이 한반도 안보에 위협을 제기하더라도 국제적인 평화파괴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과 미국 공동의 판단에 따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대만해협에서의 사태 발생시 주한 미군의 한반도 출입이 한국의 안보에 위협을 제기하게 되면 한ㆍ미 양국이 그같은 사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발동 요건인 국제평화 파괴 행위에 속하는지, 어느 일방의 도발 행위가 없이 이뤄진 선공(先攻)인지 여부를 공동 판단해야 하며, 만일 한국의 대통령이 주한 미군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의 동의절차에 붙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같은 예로 이라크전에서 터키를 진출 기지로 사용하려 했던 미국이 행정수반의 동의를 얻었으나 국회에서 부결된 사례를 들었다. 박 교수는 또 한미 동맹이 불협화음을 빚는 문제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인식차에서 비롯된다면서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북한의 재래식, 비재래식 군사 위협은 어느 정도 인지 등 '밑바닥 부터' 북한을 훑는 작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와 인식을 양국이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위해 한미 양국이 국방, 재경, 농림부 등 대북한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한미 합동 대북정책 조정협의회'(가칭)를 구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대북 정책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한미 양국이 하나의 대북한 정책을 만들어야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같은 작업을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국내 반미 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미국이 한국내 반미 감정의 뿌리는 1904년 미국이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통해 한미간 최초의 조약이었던 제물포 조약을 파기하고 한국을 일본에 넘긴데서 비롯된다"면서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전략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도외시한채, '한국전서 도와주었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인식으로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이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관계인 만큼 '정직함'을 통해 진정한 우정과 믿음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