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신 한나라당 곽성문(郭成文) 의원의 `골프장 맥주병 투척사건'을 계기로 대구.경북지역에선 지역 정치권과 상공계를 함께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집단 모두 `그들만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구.경북(TK)출신 국회의원들에게는 "아직도 여당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지역 상공계에는 자체 경쟁력 강화노력을 통한 위기극복 노력 보다는 과거 정권의 `시혜성 지원'의 단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각각 쏟아지고 있다. 지역 정(政)-재(財)계의 반목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안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인.상공인 `그들만의 리그' 곽 의원은 지난 4일 `맥주병 투척사건' 당시 "아무리 야당이지만 대구 국회의원 12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데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 "대구 상공인들이 열린우리당에는 14억여원의 후원금을 내면서 한나라당에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적어도 10분의 1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구상공회의소 측 참석자들은 "40년동안 한나라당을 뽑아 줬지만 대구를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소동의 배경에는 두 집단의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대구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맥주병 투척사건' 전날 열린 대구경제살리기토론회에 대구지역 대표적 경제인들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런 `홀대'의 사례라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선 `텃밭'임을 주장하는 대구.경북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이번 `맥주병 투척사건'이 아니더라도 파장 등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채 `부정확한' 정보를 흘려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역점 추진중인 밀라노프로젝트를 산업자원부가 담당 국(局)을 신설, 정부차원에서 직접 추진키로 했다는 다소 `와전된' 전언과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관료는 배제키로 했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역 상공계의 경우도 비난의 대상이 되긴 마찬가지여서 상공회의소라는 친목단체의 틀 속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과의 유대관계' 등에만 주력했을 뿐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지 않느냐는 비난이 그것이다. 두 집단 모두 `민심 불감증'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지역 한 유력인사는 "이번 `맥주병 소동'은 지역내에서 큰 신뢰를 얻지 못하는 대표적 두 집단간 충돌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면서 "정치인의 불필요한 특권의식도, `여기는 당 공천만 받으면 언제든지 당선되는 텃밭이다'라는 생각도, 해바라기 처럼 권력에만 매달리는 지역 상공인들의 행태도 다 함께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추진 악영향 우려 `맥주병 투척사건' 장소에 정치인, 상공인 등과 함께 있었던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관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당시 상황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또 곽 의원을 포함 대구출신 8명의 의원과 노희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등 상공계 인사 4명 등 `참석자들'도 이 사건과 관련된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특히 곽 의원이 술병을 던지는 과정에서 파편이 튄뒤 곽 의원과 멱살잡이까지하는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진 대구상의 회장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세계상공회의소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출국, `일단 상황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이 아니냐'는 억측도 낳고 있다. 이처럼 `맥주병 투척사건'을 계기로 대구시와 상공계, 지역 정치권 사이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현안추진에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섬유업계가 국회 산자위 소속인 곽 의원이 추진해온 섬유특별법 제정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지역내 핵심 현안의 하나인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 정부가 오는 24일 이전계획을 최종 발표키로 한 가운데 대정부 설득작업 등 `막판 올인'을 해도 모자랄 판에 지역 지도층간 대화단절로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로선 이번 갈등이 사과와 반성의 국면을 거치더라도 봉합되는데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출향인사는 "대구출신이라는 것이 요즘처럼 부끄럽게 느껴진 적은 없다"면서 "지역출신 정치인과 상공인 모두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박순기 류성무 기자 parksk@yna.co.kr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