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칭의 악몽을 씻을 것인가.' 오는 18일 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리는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브라질과의 경기는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일전. 이에 못지 않게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한국 청소년축구가 브라질 악연을 떨치고 '삼바 공포증'을 떨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97년 말레이시아대회에서 브라질에 3-10이라는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는 등 역대 대회 본선에서 브라질전 4전 전패에 그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브라질전 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면 16강행 티켓 획득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대표팀에는 크고작은 부상과 체력저하를 겪는 선수들이 많아 이들의 컨디션 회복에도 관심을 기울여진다. 다음은 한국-브라질전 관전포인트. ◆쿠칭의 악몽을 기억하라 지난 97년 6월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B조 조별예선 최종전. 이날 한국은 아다일톤 한명에게만 6골을 허용하는 등 최악의 졸전 끝에 3-10으로 대패해 망신을 샀다. 브라질은 그 밖에도 여러차례 한국 청소년축구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좌절을 안겨줬던 상대다. 81년 호주대회에서 한국을 처음 만나 3-0으로 완승했던 브라질은 83년 멕시코 4강신화 때에도 준결승에서 한국을 2-1로 물리쳐 결승 진출의 꿈을 꺾었다. 남북단일팀이 출전한 91년 포르투갈대회 8강에서도 브라질은 한국을 5-1로 대파했고, 97년 말레이시아대회에서는 한 경기 10실점의 수모를 안겼던 것. 8년만에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브라질과 만난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지난해 6월 부산컵 친선대회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었던 경험이 있어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태세다. 박주영(서울)의 결승골로 짜릿한 감격을 맛봤던 이날 승리로 한국 청소년축구는 마침내 브라질전 6연패(친선경기 포함)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었다. ◆박주영-에드카를로스, 재대결 결과는 지난해 부산컵에서 한국에 일격을 당했던 당시 브라질 청소년대표선수 가운데 이번 대회까지 남아있는 선수는 레오나르도(산토스), 에드카를로스(상파울루), 에르나네(바히아) 세명뿐. 그 중에서 에드카를로스는 수비수로, 에르나네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이번 대회 2경기 모두 풀타임을 뛴 핵심 멤버다. 특히 중앙 수비의 중책을 맡은 에드카를로스가 작년 결승골의 주인공 박주영을 맞아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박주영이 승리할 것인지 흥미롭다. ◆16강 경우의 수는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F조 순위는 1위 브라질(1승1무), 2위 한국, 3위 스위스(이상 1승1패.다득점순), 4위 나이지리아(1무1패). 한국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직행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반드시 브라질을 잡아 2승을 올려야하지만 비기거나 지더라도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단 브라질과 비길 경우 한국은 스위스-나이지리아전 결과에 따라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스위스-나이지리아전이 무승부로 끝난다면 스위스와, 나이지리아가 이긴다면 나이지리아와 각각 1승1무1패로 동률을 이뤄 골득실차-다득점에 따라 조 2위를 가린다. 3위에 처지더라도 6개조 3위팀 가운데 4팀에 16강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1승1무1패(승점 4)라면 와일드카드를 차지할 확률이 높은 편. 만약 한국이 브라질에 져 1승2패가 되더라도 스위스-나이지리아전 결과에 따라 조 3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골득실차가 나쁘지 않다면 역시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만하다. ◆한국, 부상과 피로의 벽 극복할 수 있나 한국은 턱 골절을 딛고 '마스크 투혼'을 벌이는 신영록(수원)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부상과 체력저하에 시달리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골잡이 박주영은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출전 이후 심신의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16일 나이지리아전에서 당한 왼팔 탈구로 몸까지 불편한 상태다. 무릎부상에서 회복해 나이지리아전에 선발 출격한 안태은(조선대)은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되며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님을 알렸고, 박주영과 성인대표팀에 동행했던 수비수 김진규(이와타)도 경기를 마친 뒤 탈진할 정도로 체력저하가 심하다. 또 신영록은 턱 부상에 이어 발톱이 깨지는 부상까지 당해 이중고를 겪게된 처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웹사이트의 취재기자가 "어떻게 90분 동안 그런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칭찬한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강인한 투혼이 브라질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멘=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