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4일 유럽연합(EU)의 2007~2013년 예산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여전히 현격해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파리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파리 주재 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영국은 EU 의장국 룩셈부르크와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EU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농업 보조금 정책에 대한 폭넓은 재고가 있을 때만 환급금 폐지 문제가 재협상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프랑스는 영국이 1984년부터 누려온 EU 분담금 환급 혜택을 양보하라고 주장해 왔고 영국은 프랑스가 최대 수혜국인 농업 보조금 정책 재편을 요구해 왔다. 영국의 양보를 주장해 온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블레어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유럽이 지금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에 재정적 어려움을 추가하지 말자고 강조했다고 제롬 보나퐁 엘리제궁 대변인이 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유럽인들은 16~17일 EU 정상회담에서 지도자들이 전진하는 역량을 보여주길 바란다. 프랑스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합의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나라 정상의 이견 해소 실패로 EU 정상회의에서 예산안 타결을 낙관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EU 헌법의 잇단 부결 사태와 관련해 블레어 총리는 "현재로선 대부분의 나라에서 투표를 실시하면 부결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자"며 비준 투표 연기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