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나 김씨처럼 '피부약은 독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주위에 흔하다. 대한피부과학회에서 서울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4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피부건강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부약이 독하다는 응답이 59.6%에 달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러한 인식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피부과 약이 독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약 복용 후 졸리고 멍해지는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로 인한 가려움증에 처방하는 안전한 약으로 졸리고 멍한 것 이외의 다른 부작용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독해서 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피부과 외에도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 다른 분야 약품에서도 모두 사용되며 감기약에도 많이 쓰인다. 감기약 복용 후에도 졸리고 멍해지지만 약이 독해서 그렇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없다. 최근 들어 피부과 전문의들은 새로 개발된 졸리지 않는 항히스타민제를 많이 처방하고 있어 오히려 다른 과에서 쓰는 항히스타민제보다 졸음이 덜한 편이다. 앞으로는 '피부약을 먹으면 졸린다'는 말도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부과 약이 독하다고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스테로이드성분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흔히 스테로이드는 독한 약이고, 피부과 약에는 모두 스테로이드가 첨가돼 있다고 알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뿐 항암 치료에도 사용되는 꼭 필요한 약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물론 전문의 처방 없이 스테로이드를 함부로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의 처방 하에 사용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뿐 아니라 피부과에서 쓰는 약은 매우 다양하며 크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은 없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는 쉽게 믿으면서 전문의사의 처방은 믿지 못하는 것이 치료를 더 힘들게 하며, 정확한 진단 없이 약국에서 임의조제를 할 경우 부작용을 야기한다. 피부병은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움말 :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02-521-3141/ www.ak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