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회장 정연주 KBS 사장)가 최근 방송위원회에 방송시간 자율화를 건의하고 방송위가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방송시간 연장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방송위 양한열 지상파부장은 "방송시간 자율화에 대한 구체적 방침은 없지만 방송협회의 건의에 따라 실무 검토를 하고 있으며 다음달 안으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또 지난달 방송협회는 방송위원회에 건의문을 제출, 방송시간 규제는 명분이 없으며 방송환경 변화에 따라 자율화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TV의 방송시간 자율화를 놓고 후발 매체인 케이블TV와 신문사 등은 광고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 도입 여부가 주목된다. ◆"방송시간 규제 명분 상실, 자율화 도입 시급" 방송협회는 건의문에서 방송시간 규제는 전파의 공공성에 입각한 직접적 국가 관리체제의 산물로 권위주의적 정부의 직접적 언론통제 수단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명분은 없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 차원의 방송시간 규제는 에너지 소비절약 차원에서 억제의 명분이 됐으나 본격 낮방송을 실시할 경우 증가되는 1일 전력소비량(시청률 10% 기준)은 5만㎾로 여름 성수기 에너지 최고 소비량(4천만㎾)의 0.12%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방송시간 운용 자율화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방송환경의 변화와 방송편성 자율성 제고, 방송영상 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 확충,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 증대 등을 들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 인터넷방송 등 다채널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상파TV를 제외한 다른 매체들은 이미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으며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의 시작과 함께 지상파DMB 본방송을 앞두고 지상파DMB 콘텐츠 확보와 지상파TV 정파시간을 이용한 실험적 성격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 또 방송시장의 세계화에 따라 시청자들은 이미 외국의 방송콘텐츠에 24시간 노출되고 있어 국내 지상파TV의 비대칭 규제가 오히려 국내 영상산업 및 프로그램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방송협회는 밝혔다. 아울러 방송시간 제한은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성에 역행, 방송편성 자율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드라마에 편중된 장르 제약을 탈피해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편성시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24시간 활동 시대로 변화하고 노년층이 늘고 있으며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시청자의 욕구가 증대하고 있고 재난방송에 긴급히 대처하기 위해서도 방송시간 자율화는 시급하다는 주장을 폈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도 "법률상 방송시간을 규제할 명분이 없다"며 자율화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국내 신문광고는 선진국 등과 비교할 때 거품이 있는 상황이며 신문광고와 방송광고는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상파TV의 방송시간 연장은 안된다" 방송시간 운용 자율화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방송사의 수익 악화를 방송시간 연장으로 벌충하려는 의도이며 매체간 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주요 시청시간대에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권호영 연구정보센터장은 "방송시간 자율화는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수입을 늘리겠다는 건데 추가적 자구노력의 여지가 있고 지상파와 광고시장이 겹치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의 광고를 빼앗아 가는 결과로 균형 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또 "현재도 방송사들이 주시청시간대에 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하고 있는데 방송시간을 늘리면 교양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낮은 새벽이나 낮시간대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블TV협회 박원세 부회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현재도 편법으로 방송시간 연장을 승인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영난을 이유로 방송시간 운용 자율화를 언급하는 것은 매체간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방향과 어긋난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위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지상파 3사의 연장방송 건수는 평균 423건(일평균 3.4건)으로 모두 422시간(일평균 3시간 15분)으로 나타났다. 심재철 의원은 또 방송위가 지난해 1월부터 방송시간 연장승인을 거부하거나 방송운용시간 위반으로 시정조치를 한 적인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