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이 백업요원들의 `오기'를 바탕으로 삼아 한결 여유있게 상승세를 즐기고 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홈경기에서 5-2로 이겨 4연승으로 선두 탈환을 위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세 바닥에 깔린 동력은 백업요원들의 오기로 지적되고 있다. 주전들이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체력고갈이 찾아오는 한 여름을 대비해 짬잠이 쉬고 있지만 백업요원들이 주전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전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두산은 전통적으로 4, 5월과 9월에 강한 팀. 거꾸로 얘기하면 지난 시즌들을 돌이켜볼 때 6, 7, 8월에 주전들의 체력저하로 고생한 전력이 있다는 말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그래도 작년에는 6월에도 좀 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두산은 주전 포수 홍성흔이 발가락 부상, 안경현이 손가락 부상으로 빠졌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두산 벤치에서는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오랜만에 찾아온, 연예인으로 직업을 바꾼 두산 출신 강병규와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템포 쉬고 갈 수도 있고 백업요원들을 신임하고 있다는 뜻의 여유로움. 예상대로 백업요원으로 나온 용덕한과 나주환 등은 믿음에 보답했다. 용덕한은 이날 선발 포수로 나와 제 역할을 다 한데다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기도 했다. 나주환도 안경현보다는 타격에서 미진했지만 0-1로 뒤진 2회 무사 1, 2루에서 깔끔한 번트를 대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감독의 작전을 100% 수행한 것. 양쪽 발목이 고질적으로 좋지 않고 최근 경기에서 어깨 타박상을 입은 4번타자 김동주도 7회 교체됐지만 최근 `쉐도우 4번타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강봉규가 있어 든든했다. 김 감독은 "오늘 감독 입장으로는 주전들이 몸이 좋지 않았지만 백업요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전체적으로 경기가 살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주전들의 체력비축을 위해 백업들을 내보낸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주전들이 몸이 조금 좋지 않아 뺀 것도 있지만 꼭 필요할 때 기용할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출전시키지 않았다"고 수긍했다. 한편 구단 관계자는 백업요원들의 주전급 활약의 원인이 `기회를 잡았을 때 눈도장을 찍으려는 당연한 오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