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얼마 전 연설 도중 봉변을 겪었던 사건을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하면서 `고위 외교관리'로 익명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응당한 봉변'이라는 제목의 단평(短評)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달 27일 샌프란시코의 데이비스 심포니홀에서 청중으로부터 돌발적으로 연설을 제지당한 사건을 소개했다. 당시 `글로벌 익스체인지' 인권단체 회원들이 돌발적으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학대사건을 풍자한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고문을 중단하고 살인을 멈춰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라크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가는 바람에 라이스 장관은 연설을 중단하고 말았다. 노동신문 단평은 이 해프닝에 대해 "아마도 미국식 민주주의에 극도의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연설자의 민주주의 장광설이 하도 역겨워 더는 참지 못하고 격분을 터친 모양"이라고 조롱했다. 또 경찰이 이들 시위자를 연행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위정자들은 위선적 민주주의 타령과 인권침해 행위에 반발한다고 해서 그들에게서 의사표시의 자유를 박탈하고 정의에 재갈을 물렸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단평은 라이스 장관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고 `미국의 고위 외교관리'로 익명 처리했다. 열흘쯤 전인 지난 5월 30일만 해도 평양방송을 통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바닷가 암캐', `암탉'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의 진원지인 라이스 장관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최근 라이스 장관의 절제된 대북발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는 북한이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면밀히 지켜보다 그 수준에 맞춰 `대접'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