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 3월 초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UC버클리에서 학생,교수,재미 과학자 등을 모아 놓고 특강을 가진 후 기업설명회를 직접 주재했다. 4월 말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자산업협회(EIA)의 '기술혁신 리더상'을 받은 후 시내 한 호텔로 곧바로 자리를 옮겨 현지의 박사급 인력 채용 인터뷰를 주관했다. 황 사장과 같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우수 인재 발굴은 언제 어디서든 손을 뗄 수 없는 핵심 업무 중 하나다. 미국 일본 등 선진 국가들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인재풀이 풍부한 국가로 출장을 갈 때면 으레 고급 인재들을 만나고 면접을 보기도 한다. 삼성전자 자체적으로도 지난 99년부터 미국의 석·박사 인재 확보를 위해 각 사업총괄별로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상·하반기에 각 1회씩 현지 40∼50여개 대학을 직접 방문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삼성 R&D의 원동력을 말하라면 단연 이 같은 '인력경영' 전략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우수 인력 확보,초일류 기술 개발,차세대 상품 탄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R&D 구조에서 특히 우수 인력 확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 R&D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재 확보가 기술 우위 점유를 위한 것이라면 첨예한 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특허경영'으로 대변된다. 단순히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들고 특허를 받으러 가던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는 미래에 경쟁사들과 첨예하게 대립할 기술들을 미리 예측,기술 개발과 특허 획득을 위한 전략을 짜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윤종용 부회장이 특허경영을 천명하면서 삼성전자는 250명 수준인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최근 반도체·디지털미디어·통신 등 사업 부문별로 변리사와 특허 협상 전문가 등 국내외 특허 전문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갈수록 복잡해질 특허분쟁에 대비하는 한편 세계 기술 표준화에도 적극 참여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의 막강 R&D를 떠받치고 있는 또다른 원동력은 '기술경영'이다. 삼성그룹 사장단의 40%를 넘는 이공계 출신 테크노 CEO들은 기업 경영을 '기술' 중심으로 바꿔놨다. 90년대 후반 모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포화론을 이야기할 때 과감히 신제품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결단을 내린 일은 이들 기술경영자가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디자인부터 핵심기술 및 제품 개발을 가장 짧은 시간에 최고의 품질로 끝낼 수 있는 삼성전자 R&D 경쟁력의 배경에는 바로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술경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