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 논술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 바보들의 숫자 계산에 대해서는 넘치도록 많은 우화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 치면 아마도 이솝의 소풍 나간 돼지가 아닌가 싶다. 소풍 길의 돼지들이 저마다 자신을 빼고 인원을 세는 바람에 언제나 한명이 모자랐고, 그 한 마리의 잃어버린 동료를 찾기 위해 난리 법석을 피웠다는…. 원숭이들에게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의 먹이를 주어 만족시켰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7개 먹이 뿐이지만 원숭이들은 저녁마다 하나씩 더 얻어먹는다고 생각했다는 숫자의 놀음이다. 아랫돌 뽑아서 윗돌 괸다는 이야기도 논리 구조로 보면 바보 숫자 시리즈와 다를 것이 없다. 하석상대(下石上臺)해봤자 높이가 늘어날 것이 없지만 그렇게 한 층을 더 쌓아 올렸다고 생각한다면 원숭이 몰골이 되고 만다. 이런 류의 옛날 이야기를 책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쳐야 한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최근의 사례라면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이 그런 경우다. 죄송스런 표현이지만 들여다볼수록 돼지 소풍 시리즈의 완결판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한 최홍건 중기특별위원장은 (여기도 문제의 위원회다!) "이 같은 자영업자 대책이 성공하면 현재 29.5%인 자영업자 비중이 3,4년 내에 25%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사라지는 4.5%는 어디로 가는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알고싶다. 어차피 취업자 전체는 1백%다. 여기서 하나의 숫자를 줄이면 다른 숫자는 어떻게 늘어나는지를 아랑곳 않는 이 분들께 무슨 말을 들려주어야 할지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기존 자영업자들에게 기득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면 퇴직자와 전직자는 앞으로 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세탁소와 미용실을 열어야 할 것인가. 그러고 보니 이미 바다 건너 LA에서 세탁소와 사우나를 차린 수많은 한국인들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그들의 선견지명이 놀랍다고 해야 하나. 철 없는 아이들이 어버이들의 굶던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했다지만 지금 정부가 예비 창업자(퇴직자를 이렇게 불러보자)들에게 하는 일이 바로 이 꼴이다. 거슬러 올라 가면 공무원 숫자 늘려 청년 실업 해소하겠다는 주장도 다를 것이 없었다. 공무원 머리 수 늘리는 만큼 민간 일자리는 승수(乘數)적으로 줄어들 테지만 어디서 일자리가 주는 것인지 도통 이해 될 턱이 없어 하루종일 땅 바닥에 아둔한 계산만 거듭해볼 뿐이다. 혹시 자격증 학원들 키워주고 그곳에서 강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묘수라고 생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사실이 그렇다면 실로 꿩 먹고 알도 먹는 편리한 생각이다. 이 희한한 방정식을 지금껏 왜 몰랐을꼬! "그런데도 국민들이 알아 주지 않는다"고 푸념할 요량인지 정부의 계산 속이 궁금하다. 나홀로 러닝 머신 위를 달리면서 주변 풍경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니 이 나라에선 언제까지 국민이 정부의 투정을 듣고 있어야 하나. 대통령 주변에 소위 얼치기 기획가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시쳇말로 그럴싸한 정책을 팔아 한건을 올리겠다는 사람이 너무도 많기에 생겨난 작은 혼선의 연속이랄밖에 도리가 없다. 자영업 부진은 결과일 뿐 도저히 원인이 아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제조업 붕괴의 종착역이다. 제조업 근로자 비중이 일본보다도 낮은 18% 수준에서 자영업 대책을 세운다고 부산을 떠는 당국이 안쓰러울 뿐이다. 하물며 빨간 약 발라 내상을 치료하겠다니 될 말인가. 혹시 모르겠다. 자격증을 골자로 한 '대책'이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리고 말았으니 이제야말로 소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또 누가 나설지.'리더십 중에는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것이 최악의 조합'이라는 농담도 있다. 정부가 언제나 자애로운 어버이처럼 나서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도대체 가만 있지를 못하는 것도 큰 병이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