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마찰 .. 중국 진출 한국섬유업체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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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저장 푸젠 광둥에 이은 중국 4위의 섬유 생산기지로 한국 섬유업체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곳이다.
6일 이곳에서 만난 한국 섬유업체 사장들은 1주일 전 중국 정부가 당초 이달부터 시행키로 했던 섬유제품 수출관세 인상계획을 철회한 데 대해 반가워하면서도 앞날에 대한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유럽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이다.
칭다오에서 면셔츠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A사의 양모 사장은 "일단 수출관세 인상철회로 한시름 놓게 됐지만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수입쿼터가 더 강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A사를 포함,산둥성에 나와 있는 2000여개 한국 섬유업체들은 특히 지난 4일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 상무장관과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장관)의 베이징 회담이 별 성과없이 끝나 향후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칭다오에서 현지 한국 봉제업체에 원단을 공급하는 웅비침직의 박용길 사장은 "면셔츠의 경우 오는 7,8월이면 미국의 수입쿼터가 소진돼 대미수출이 완전 중단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업체들이 미국의 수입쿼터 부활과 중국의 수출관세 인상을 우려,저마다 잔업까지 해가며 수출물량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미국의 쿼터가 급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1월부터 수입쿼터제가 폐지된 것을 철썩같이 믿고 중국 내 사업을 준비해 왔던 한국업체들은 미국 수입쿼터 부활로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져 고심하고 있다.
3년 전 서울에 있던 공장을 완전히 처분하고 칭다오에 왔다는 한 원단생산업체 사장은 "올 1월 섬유쿼터제가 폐지되면서 20~30%에 머물던 공장 가동률이 70~8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미국과 유럽의 수입쿼터 부활로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중국 진출을 준비해 왔던 한국업체들 중에는 투자를 보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칭다오시 인근 섬유공단의 한국기업 유치를 맡고 있는 조병문 칭다오염광 사장은 "한 양말업체는 계약까지 체결했지만,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장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키로 결정한 중국업체들을 따라 베트남 등지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대비해온 업체도 적지 않다.
한주복장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을 예상해 30%에 달했던 미국시장 비중을 올해는 제로(0)로 떨어뜨리고 한국 등에 대한 수출을 늘렸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중국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상표를 붙여 우회수출하는 편법도 검토하고 있지만,위법인 데다 효과도 단기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주중대사관 김동선 산자관은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섬유제품이 많지 않은 반면 중국에 진출했거나,중국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중국산 섬유수입 제한은 한국기업에 악재"라고 말했다.
김성수 관장은 "통상리스크뿐 아니라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저가제품 생산에 의존한 업체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칭다오의 경우 지난 2월 최저임금 기준이 2년 만에 29% 올라 갔다.
박용길 사장은 "중국 당국도 저부가가치 섬유제품 공장은 자국기업 보호차원에서 유치를 억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을 저가 생산기지로 보는 인식을 벗어 던질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