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선수가 메이저리그 100승 위업을 달성한 것은 개인의 명예를 넘어서서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 할만 하다. 대한민국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박찬호'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박찬호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신체적 조건이 불리한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둘때마다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고 시름을 잊게 해줬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스포츠 스타들이 여러명 있지만 박찬호의 경우 94년에 미국에 건너가 10년이 넘도록 선수생활을 계속함으로써 자기관리에 뛰어난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보여줬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100승은 동양인으로는 일본의 노모 히데오 선수에 이어 두번째 기록이다. 노모 는 121승을 거두고 있지만 30대 후반의 나이로 올들어 체력과 스피드가 하강세에 있는 반면 32세의 박찬호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호조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노모를 따라잡고 아시아출신 최다승 투수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한 시즌 10승만 해도 성공한 선발투수로 인정받는 메이저리그에서 100승을 돌파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대학 2학년 재학중 미국으로 건너가 LA 다저스팀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다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97년부터 5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쌓으면서 승승장구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후 허리부상으로 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올해들어 6승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다. 박찬호의 화려한 부활은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와 정신력이 뒷받침된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100승 기록은 더욱 값진 것이라 하겠다. 박찬호는 100승 돌파 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 내게 가장 큰 목표는 다음 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분하면서도 겸손한 그의 말을 통해 프로세계에서 다져진 원숙한 면모를 읽게해준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성공을 거뒀지만 여기에서 그치지말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신화가 계속 이어져나가기를 바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