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벅 쇼월터 감독은 모든 승부사들이 그렇듯 냉정하다. 그는 5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 박찬호의 100승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벅 쇼월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박찬호가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박찬호의 100승 돌파를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박찬호가 승리 투수 자격에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은 5회 2사 후 쇼월터 감독은 11-6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불펜에 론 메이헤이를 대기시켰다. 여차하면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를 마운드에 올려 박찬호를 안정시키는 한편, 메이헤이가 충분히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버는 등 평소와 전혀 다른 점 없이 경기를 이끌었다. 쇼월터 감독은 당시 상황을 "아마도 5회가 찬호에게는 3시간처럼 길었을 것"이라고 되돌아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 미국 기자는 "왜 박찬호가 그렇게 갑자기 바뀌었냐"고 묻자 쇼월터 감독은 "3회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5회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말해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3회라면 2회까지 부진했던 박찬호가 안정을 되찾고 본래의 모습을 보여준 때이고 5회라면 갑자기 다시 안정을 잃고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다. 쇼월터 감독은 "초반 땅볼 타구가 계속 안타로 연결되며 경기가 긴박하게 진행됐다. 결국 우리도 그 덕분에 이기긴 했지만 습도가 너무 높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경기 조건이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캔자스시티=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