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가경쟁력 22위'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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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輝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상승했다.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2005년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경쟁력 하락의 굴레를 벗어나 전년 대비 3단계 상승함으로써, 전체 조사대상 66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이 선진국형 경쟁력 구조를 강화해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상승한 사실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선진국형 경쟁력 구조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전에 우선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모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이번 보고서의 평가모델은 물적요소 4개와 인적요소 4개로 구성된 총 8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요소는 총 275개의 하위 변수로 구성돼 있다.
물적요소는 생산요소, 경영여건, 인프라 등 지원산업, 시장수요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후진국일 수록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한 생산요소가 경쟁력의 주를 이루고 선진국일 수록 시장수요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인적요소는 이들 물적요소를 활용하는 주체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항목이다.
이 요소는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근로자 정치가 및 행정관료 기업가 전문가의 순으로 경쟁력의 핵심이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형 경쟁력 구조란 물적요소에서는 시장수요 쪽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인적요소에서는 기업가 전문가의 경쟁력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의 경쟁력 구조는 이미 선진국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나 금년에 이를 더욱 강화해 경쟁력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물적요소에선 모든 요소들이 전년 대비 2~3단계 올라갔다. 생산요소조건 57위,경영여건 32위,인프라 등 지원산업 22위,시장수요조건은 21위를 기록했다. 인적요소에선 기업가와 전문가의 경쟁력은 올랐으나 근로자,정치가 및 행정관료의 순위는 하락했다. 기업가는 5단계 상승한 11위, 전문가는 3단계 상승한 17위를 기록한 반면,근로자는 22단계 떨어진 61위,정치가 및 행정관료는 2단계 떨어진 32위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선진국형 경쟁력 구조를 더욱 강화해 국가경쟁력의 상승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후진국 전략으로 대표되는 '저비용'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선진국형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흔히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고비용 상황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데,저비용 전략을 추구하는 이들 국가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약점을 보완시켜 줄 수 있는 협력의 대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물적요소의 측면에서는 첫째, 천연자원의 부족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극복해야 한다.
즉 단순 제조산업을 지양하고 기술 및 디자인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산업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의 역량이 더욱 성숙돼야 한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세련미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비행위의 성숙을 통해 시장수요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인적요소에서는 첫째, 근로자의 사고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근로자는 고임금을 상회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므로 임금인상 요구에 앞서 생산성을 높여줘야 한다.
둘째, 기업가와 전문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가의 창조 정신을 보다 고취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발전시키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등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고급 인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년도 국가경쟁력은 전체적으로 상승했지만 정치가 및 행정관료의 순위는 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형 문턱에 들어선 한국경제를 아직도 후진국형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선진국형 정책은 정부가 필요 이상의 사명감을 버리고 시장기능을 존중하고 전문가를 대우해주는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