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회복 기미를 보이던 실물경제가 다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지부진해 '내우외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생산과 출하는 둔화되고,투자는 감소세로 돌아섰으며,재고는 늘고 있다. 여기에다 경상수지와 경기선행지수마저 적자와 하락세로 돌아서 하반기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물지표 일제히 악화 통계청이 30일 집계한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3월의 4.9%보다 둔화된 것이며 계절조정 전월 대비도 1.7% 감소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반전됐다. 생산자 제품 출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했지만 3월의 4.4%에 비해서는 낮아진 것이다. 특히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수출 증가율이 지난달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특히 대미 수출이 2.2%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과 출하가 줄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 대비 2.0%포인트 감소했으며,재고율은 전월보다 2.9%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4월보다 1.2% 늘어났으며,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중 자동차 판매는 SUV차량의 판매 급감으로 4.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수주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9.1% 늘어났지만 3월의 72.7% 증가와 비교해보면 증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경상수지도 9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 흑자폭이 둔화된 데다 외국인에 대한 주식 배당금 지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5월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기 회복 기대 물 건너가나 향후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투자와 경기선행지수 지표가 모두 나빠졌다. 4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3월에 1.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반전된 것이다. 특히 국내 기계 수주는 10.3% 감소했다. 4월 경기선행지수는 3월과 같은 113.3이었다. 하지만 향후 경기 전환 시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지표는 1.4% 상승에 그쳤다. 3월의 1.5%보다 0.1%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이 지표는 직전 월과 비교할 때 올 1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4개월 만에 감소한 것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달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오상훈 SK증권 연구원은 "출하와 투자 등 지표가 기대보다 부진하다"며 "서비스업에서의 회복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2분기와 하반기도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세련된 정책조합 모색해야 정부는 그간 재정 조기 집행,하반기 민간자본 유치 투자계획(BTL) 등으로 올해 5%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분기 성장이 2.7%에 그치고 4월 지표마저 부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논의가 미뤄진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고용과 생산을 유발하는 효과가 큰 만큼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당정 간 혼선을 빚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부동산정책 등도 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조율해야 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회복을 위한 기업의 세금 감면과 기업의 불안한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동.김동윤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