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李登輝) 전(前) 대만 총통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하기 위해 29일 밤 비밀리에 프랑스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압력으로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방문을 취소했다고 대만 유력지 중국시보(中國時報)가 30일 보도했다. 리 전 총통은 파리를 방문해 대만 행정원 문화건설위원회를 대신해 '대만프랑스문화기금회' 창설 10주년을 축하하고 '대만프랑스문화상'을 시상할 예정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리 전 총통은 또한 프랑스 관리들을 만나는 한편, 이탈리아에서 손녀 리쿤이(李坤儀)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리덩후이의 프랑스 방문이 성사되면 장-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의 4월 말 중국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프랑스에 압력을 가했으며 이에 따라 리 전 총통은 5월 말로 프랑스 방문을 연기했으나 또다시 비자를 받지 못 했다고 중국시보는 전했다. 리 전 총통은 당초 4월 중순 또는 하순 프랑스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4월 말 라파랭 프랑스 총리가 방중해 프랑스와 중국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와 유럽연합(EU)의 대 중국 무기 금수 해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어서 중국이 이를 구실로 프랑스에 압력을 가했다고 대만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라파랭 총리는 4월 말 예정대로 중국을 방문해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 중국이 제정한 반국가분열법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친중국적 발언들을 늘어놓았다. 라파랭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은 현재 프랑스 입장에서 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민 기자 s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