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둘러싼 양대 칩셋 메이커인 미국 AMD와 인텔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64비트 기반의 운영체계(OS)를 선보이면서 '64비트 CPU' 경쟁이 본격 시작된데다 '듀얼코어 CPU' 시장을 겨냥한 승부도 발동이 걸렸다. 인텔은 세계 1위 칩셋 업체로서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AMD는 빠른 기술개발과 가격 경쟁력을 각각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최근 데스크톱PC용 '듀얼코어' CPU 제품군인 '인텔 펜티엄 D' 프로세서와 '945 익스프레스' 칩셋을 국내 시장에 공개했다. '듀얼코어' CPU란 CPU의 핵심 구성요소인 코어가 두개 달린 CPU로 게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한국HP 등 주요 PC 메이커들은 인텔의 신제품을 탑재한 '듀얼코어 PC'를 빠르면 내달께 앞다퉈 선보일 예정이다. AMD코리아도 이에 질세라 '애슬론 64 x2'라는 데스크톱용 듀얼코어 CPU 제품 4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AMD는 업계 최초로 서버용 듀얼코어 CPU인 '듀얼코어 옵테론 프로세서'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제품 출시 시기만 따지고 보면 서버용 듀얼코어 CPU에선 AMD가 한발 앞섰고, 데스크톱용 듀얼코어 CPU에선 인텔이 선수를 친 셈이다. PC역사의 한 획을 그을 '64비트 CPU' 경쟁에서는 일단 AMD가 한발 먼저 내디뎠다. AMD는 2003년 4월 업계 최초로 데스크톱용 64비트 CPU인 '애슬론 64 프로세서'를 선보여 칩셋업계 선두업체인 인텔의 허를 찔렀다. 인텔은 지난 2월 데스크톱 PC용 64비트 프로세서 제품군을 내놓았다. 실제로도 아직 초기 시장이긴 하지만 AMD는 64비트 CPU '선수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가격 비교사이트인 다나와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비트 CPU 시장에선 4월 기준으로 AMD와 인텔 제품의 비중이 7대 3 정도로 AMD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타국에 비해 인텔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CPU 시장에서 AMD 64비트 제품의 선전은 놀랍다"며 "하지만 나온 지 2개월밖에 안된 인텔 64비트 제품의 판매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C환경에서 64비트로의 전환은 의미가 크다. 연산 단위가 32비트에서 64비트로 바뀌면 데이터 처리 능력은 2의 32승에서 2의 64승으로 커져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무려 43억배로 늘어난다. 그런데도 64비트 PC시장이 별로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PC의 '심장'에 해당하는 운영체계(OS)가 32비트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 하지만 MS가 최근 64비트 서버용 '윈도 서버 2003 x64 에디션'과 데스크톱용 '윈도 XP 프로페셔널 x64'를 선보이며 이제 64비트 시장도 서서히 조성돼 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PC 교체주기가 수년째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64비트 CPU와 듀얼코어 CPU는 PC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양대 재료'로 여겨지고 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하드웨어 업체들의 행보도 분주하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