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가 운영하는 미국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한국 식품 유통업체 A사.이 회사는 미국 특허 당국에 '순창'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중국산 고추장에 '순창'브랜드를 붙여 '순창 고추장'으로 둔갑시켜 판매해 왔다. ▶관련기사 A25면 미국 특허법상 지역이름은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자 '순창'을 '순수한 창(Pure Spear)'의 약자라고 속여 상표 등록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표 도용 및 부당 판매 행위가 미국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청정원 순창 고추장'을 판매하는 대상은 미국에서 A사를 상대로 낸 '상표 무효화 및 업무방해 금지'소송에서 승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대상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연방지원은 A사가 등록한 '순창'은 기만적 상표 등록으로 무효이며 또 상표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상이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한국산 진짜 순창 고추장'이 '중국산 가짜 순창 고추장'에 가로막혀 미국 내 판매가 좌절됐기 때문.대상은 2001년 '청정원 순창 고추장'의 미국 수출에 나섰으나 '순창'을 기만적으로 상표 등록해 놓고 있던 A사측이 오히려 상표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대상은 이에 2003년 2월부터 법적 대응으로 맞서 2년여간의 법적 공방 끝에 승리하게 됐다. 대상의 이번 승소는 단순히 '순창 고추장'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짜 국산 식품 브랜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중국 등 제3국에서 수입한 식품을 '영광 굴비''완도 미역''마산 멸치액젓''목포 낙지''부산 해태' 등으로 속여 교포 등에게 판매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미국 현지법인의 박대엽 지사장은 "이번 소송에 200만달러(20억원) 가까운 소송비용을 썼지만 승소판결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가짜 제품에 도둑맞을 뻔한 우리 전통 브랜드를 지켜낸 게 무엇보다 큰 의미"라고 말했다. 대상측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순창군청과 협의해 미국은 물론 다른 해외시장에서도 가짜 순창고추장에 대해 '순창'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전통 브랜드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상표권 등록 등 브랜드 보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윤성민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