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행 '무럭무럭'‥ 율법따라 이자대신 수수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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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종교 율법에 따라 운영되는 이른바 '이슬람 은행(Islamic Banking)'이 고유가를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가 금지하고 있는 이자 대신 금융거래를 성사시켜 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이슬람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싸 대출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 고유가를 배경으로 금리보다는 율법을 중시하는 무슬림 고객들의 예금도 꾸준히 늘어 이들 은행은 이를 토대로 사회인프라 건설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난 1999년만해도 이슬람 은행이 출자한 투자펀드는 10여개에 불과했다"며 "고유가로 자금 여력이 풍부해진 이슬람 은행들이 중동은 물론 말레이시아 터키 등 전세계적으로 150여개의 펀드를 만드는 등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코란 제2장은 "상업(거래)을 통한 이윤은 허락하지만 고리대금은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화폐의 목적은 교환에 있지 이자를 받는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슬람 은행들은 이자대신 금융거래 수수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 은행의 '이자'는 다른 은행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 싼 자금을 이용하려는 무슬림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0년대 초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이슬람 은행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150여개에 달하며,이들이 관리하는 자금도 800억달러가 넘는다.
사우디 정부가 최대 주주인 국립 상업은행은 이슬람 율법을 토대로 이뤄지는 대출의 비중이 2003년 16%에서 2004년에는 80%로 급증했다.
사우디 알자지라은행 같은 곳은 2002년부터 모든 거래를 '이슬람식'으로 바꾼 뒤 오히려 이익이 두배씩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슬람 방식의 금융 비중은 2000년 6%에서 현재는 10%로 증가했다.
서방은행들의 이슬람화도 확대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96년 중동지역에 이슬람 은행을 개설한 뒤 현재 60억달러가량을 율법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자금거래 규모만으로 보면 씨티그룹은 세계 최대의 이슬람 은행이다.
이 밖에 HSBC 도이체방크 ABN암로 BNP파리바 소시에떼제네랄 스탠더드차터드 등 다른 투자은행들도 2000년 이후 유럽 등지에 이슬람 은행을 잇따라 세웠다.
하지만 코란이 금융거래의 상세한 내용까지 정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상품을 이슬람 금융으로 규정하고,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등이 문제로 남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처럼 통일된 규정을 마련해줄 국제협력기구도 없어 종교 지도자들의 율법 해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