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원 여학생과 대학 전임강사 등 20-30대의 젊은 과학자 2명이 나란히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발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분자생명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최민희(崔玟熙ㆍ27)씨와 지난 2000년부터 올초까지 미국 뉴저지 의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올 3월 귀국해 국민대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하고 있는 정용주(鄭用周.37)박사. 석사과정 3학기째인 최씨는 지도교수인 강상원 교수 연구팀에 참여해 `활성산소의 생체조절 기능규명 및 조절 단백질 퍼록시리독신 발굴'이라는 공동연구 논문의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 박사는 뉴저지 의과대 연수때 현지 연구팀과의 공동연구에 참여해 `중합효소가 DNA 이중가닥을 풀어주는 나선효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공동저자 가운데 한명으로 등재됐다. 두 연구논문은 19일 네이처 인터넷판에 실렸다. ■ "동맥경화ㆍ암 등 치료 신약개발에 전기 마련" 석사과정의 최민희씨가 참여한 이화여대 강상원 교수 연구팀은 체내의 활성산소종의 하나인 과산화수소가 세포를 증식하는 원인물질이며 이 과산화수소의 세포내 농도를 `퍼록시리독신'이라는 항산화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를 통해 세포증식의 원인물질이 발견됨에 따라 세포의 이상증식으로 발병하는 동맥경화, 암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세포는 성장인자의 자극에 의해 증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산화수소가 생산돼 막수용체의 인산화를 유도하고 이를 신호로 세포증식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이런 메커니즘에서 과산화수소가 막수용체의 인산화를 통해 세포증식을 조절하는 원인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퍼록시리독신'이라는 항산화 단백질이 과산화수소의 작용을 조절한다는 점도 아울러 규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동맥경화로 막힌 혈관을 뚫는 혈관수술을 한 뒤 퍼록시리독신이 없을 경우 회복기 동안 혈관세포의 이상증식이 악화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고 세포 이상증식으로 발생하는 암 등 질병의 예방과 치료제 신약개발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지난해 국내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 "DNA복제에 관여하는 효소의 역할 규명"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복제를 위해 `헬리케이스'라는 나선효소는 단일가닥의 DNA를 이동하거나 이중가닥의 DNA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나선효소는 단일가닥 DNA를 이동할 때는 초당 약 130개의 뉴클레오타이드(인산ㆍ당ㆍ염기가 1개씩 결합된 DNA사슬)를 이동하며 이중가닥 DNA를 풀 때는 초당 약 15개의 DNA 염기쌍을 풀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가닥 DNA를 이동시키는 속도와 이중가닥 DNA를 푸는 속도가 9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국민대 정용주 박사가 참여한 연구팀은 이같은 속도차이를 연구한 결과, 나선효소가 이중가닥의 DNA를 푸는 것을 DNA 합성에 관여하는 DNA 중합효소인 `폴리머레이스'(polymerase)라는 단백질이 돕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즉, 중합효소는 나선효소 기능을 강화시켜 DNA 이중가닥을 푸는 속도를 크게 향상시켜 단일가닥을 이동할 때 만큼의 속도로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합효소가 나선효소를 도울 때는 단일가닥 DNA를 이동할 때와 거의 같은 속도로 이중가닥 DNA를 풀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DNA 복제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나선효소의 작용뿐 아니라 중합효소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나선효소 활성의 상승효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가져다 주었다"면서 "이는 좀 더 복잡한 DNA 복제시스템으로에 응용, C형 간염 바이러스 억제제 신약 개발 등에 도움이 될 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지난 3월 귀국한 정 박사는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실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