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가량 중단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리는 한편에서 북한과 미국 간에 때아닌 '장외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나서서 난데없이 북한의 핵실험설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까지 가세해 "북한이 핵으로 국제 사회와의 대치 상태를 증폭시키려 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과 북한의 말과 핵실험 암시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면서 "북한이 대치상태를 증폭시킬수록 고립만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미국측 지적이 주변국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국들과 힘을 합쳐 북한을 한껏 몰아붙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이에 질세라 북한도 외무성 대변인이 라이스 장관에 대해 '호전광'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맞대응했다. 노동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평화의 가면을 쓰고 대화의 막 뒤에서 전쟁 준비를 맹렬히 다그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남북 간 직접대화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이 북한 때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의 한 미국 소식통은 우리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이 없는 아이디어"라고 일축했다.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우리 정부와 '비즈니스'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열쇠를 찾지 못하면 정부로서는 미국 강경파가 요구하는 대북 압박카드의 사용을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직접 대화는 북핵 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국제적인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카드이면서 실패할 경우 동시에 대북 제재를 촉진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기 때문이다. 차관회담 과정에서 증폭되는 북ㆍ미 간 장외설전의 복잡한 방정식을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향후 대화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