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가탄신일을 맞아 과거 불법대선자금 제공이나 분식회계(粉飾會計) 등으로 사법조치를 받은 경제인 31명에 대해 특별 사면복권을 단행한 것은 당면 과제인 경제회생에 기업인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재계가 이번 조치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데서 보듯 기업인들의 사기진작과 경제활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사면된 기업인들이 결과적으로는 불법을 저지른 게 틀림없지만 과거의 잘못된 정치풍토나 불투명한 회계관행 등을 생각할 때 그들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근래 들어 기업경영 전반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졌고, 정치문화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기업인들에게 계속 족쇄를 채워 경영활동을 제약하고,그로 인해 기업의 대외신인도(對外信認度)가 떨어진다면 이는 국가 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렵고 유가 환율 등 대외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역할(役割)이 무엇보다 중요하고,특히 기업의욕을 되살리는 것만큼 긴요한 과제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면복권 외에도 기업활동과 투자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의 철폐, 반(反)기업 정서 해소, 노사안정 등을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많은 기업인들이 연루돼 처벌 받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업들의 윤리ㆍ투명경영 노력도 당연히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정치권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데 솔선수범함으로써 또다시 애꿎은 기업인들이 피해를 보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