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통신사업자 수난시대 누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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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가 규제당국의 잇따른 과징금 부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얼마전 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업자들에 대해 적지않은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내전화 담합 등과 관련해 유선통신 사업자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사상유례없는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물론 당국이 불법적인 담합(談合)행위 등에 대해 응분의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당국의 이런 제재 조치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이 수긍하기보다는 억울해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공정위의 움직임에 대해선 통신시장이 처한 현실이라든지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정책방향이 과연 어떠한지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불만이다. 벌써부터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을 불사하겠다는 목소리가 사업자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통신시장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사업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통신시장은 사업자들이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아니다. 요금만 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정통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자라 해도 정통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통신시장의 특수성과 이를 감안한 주무부처의 유효경쟁 정책, 그리고 그에 따른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비대칭(非對稱) 규제와 갖가지 행정지도 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현실이 그러하다면 공정위는 사업자만 두들겨 팰 것이 아니다. 시내전화 담합 의혹만 해도 그것이 통신시장의 특수성이라든지 정통부 정책이나 행정지도 등으로 말미암은 측면은 없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 그런 측면들이 없지 않다고 한다면 사업자들에게 뭐라 하기에 앞서 정부내에서 정책조율부터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공정위가 내 알바 아니란 식으로 나가면 중간에 낀 통신사업자들만 죽을 맛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선 공정위가 그동안 정통부나 통신위원회와의 이런저런 갈등(葛藤)의 연장선상에서 통신업계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돈다. 이러고서야 가뜩이나 성장정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통신시장이 제대로 발전할 리 없다. 정통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뒷짐지고 있을 일이 결코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