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소득이 확인되지 않아 국민연금 납부 예외를 인정받은 사람 가운데 30% 이상이 민간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사실은 연금관리체계의 허점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정부가 노후 소득보장과 소득재분배라는 국민연금의 핵심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입자 소득파악 제고 등 제도 운영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 과세자료 등 국가적인 소득파악 인프라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득 파악 왜 잘 안되나 지난 1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모두 1693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55%(929만명)가 종업원 5인 미만의 자영업자,임시.일용직 근로자 등 지역가입자다. 보험료를 내고 있는 지역가입자 중 국세청에 과세자료가 잡히는 경우는 30% 남짓에 불과하다. 과세 소득이 아예 없는 자영업자나 일용직에 대해선 소득을 가늠할 근거 자료가 없어 다른 지역가입자와 비교해 소득을 추정,보험료를 매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득을 임의로 짐작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세다. 일부 고소득 사업장 대표도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사업장 가입자 대표 5만여명 중 4500여명이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보다 보험료 기준 소득을 줄여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를 통틀어 소득세 납세 대상자 2명 중 1명이 소득이 과세 기준점에 미달,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 '과세미달자'의 소득 파악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세제 및 세정 시스템이 '소득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팀장은 "정부가 면세자 소득까지 체크할 수 있을 만큼 소득 파악 시스템을 강화하고 현금영수증제와 신용카드 사용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신뢰 회복도 시급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개인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고 인플레 위험을 덜 수 있는데도 가입자들이 민간상품을 선호하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 연구부장은 "국민연금 개혁이 몇년째 지지부진해 가입자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를 지탱할 연금제도를 안정시키려면 신뢰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납부 예외자들은 특정 소득이 없는 만큼 특별한 노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지만,고의로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오히려 집중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박찬형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사각지대 실태를 분명히 파악하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