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던 1970년대, 경찰들은 거리 곳곳을 지키며 장발을 단속했다. 청년들은 자신의 두발(頭髮)이 좀 길다 싶으면 경찰을 피해 멀리 돌아다니기 일쑤였고, 단속에 걸리면 쫓고 쫓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붙잡히면 인근 파출소로 끌려가 바리깡(이발기)으로 머리칼이 싹둑싹둑 잘려지기 때문에 도망자는 필사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지만 죄명은 '풍속저해 사범'이었다. 무차별적인 거리의 장발 단속은 1982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끝나 버렸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서의 두발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 옛날처럼 까까머리는 아니지만 일정한 길이를 넘으면 선생님에게 끌려가 여지없이 바리깡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이를 고발하는 사진들이 줄을 잇고 있다. 머리에 고속도로가 나 있다든지, 군데군데 두발이 한움큼씩 잘려나가 속살이 환히 드러나 보이는 다소 혐오스런 사진들이다. 이를 비판하는 댓글들도 쏟아지고 있다. 인격적으로 수치심을 줄 뿐더러 청소년의 개성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다는 내용이다. 학교 재량으로 시행되어 온 두발 단속에 대해 급기야 학생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오는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 모여 '두발자유화 촛불시위'를 감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두발을 자유롭게 하자는 의미의 소위 '노컷 운동'을 벌이면서 서명을 받아왔으나,별 성과가 없자 집단 행동으로 의사 표시를 하겠다는 발상인 듯하다. 일부 고교생들은 사이버 단체와 공동으로 두발 규제는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이 같은 처사에 당혹스러운 건 교육당국과 학부모들이다. 지나친 두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바보같이 억눌려 온 시대에 종말을 고하겠다'는 기세가 너무도 등등해서다. 이번 고교생들의 행동을 보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지는 것 같다. 획일적인 용모 규제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발은 차치해 두고라도 아직도 여학생들의 양말과 머리핀을 규제하고 가방 색깔을 따지고 있다니, 30여년 전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