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설 '황진이'가 남한 영화사에 의해 스크린으로 옮겨진다. 영화는 북한에서 촬영 대부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리이야기'(이성강), '꽃피는 봄이 오면'(류장하)을 제작한 바 있는 영화사 씨즈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북한에서 소설의 저자 홍석중씨와 북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저작권 사무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화 계약과 북한 내 촬영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북한 소설이 남한에서 영화화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금강산 관광지(간큰가족 촬영)가 아닌 북한에서 남한 영화가 촬영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아직 감독과 출연 배우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내년 봄께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 내용 중에는 북한에서의 야외 촬영과 스튜디오 촬영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시나리오 집필 작업 과정에서부터 원작자인 홍석중 선생과 계속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설 '황진이'는 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의 손자 홍석중씨가 2002년 북한에서 발표한 소설로 지난해에는 정식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도 출간된 바 있다. 원작은 하인 출신인 가공인물 '놈이'와 황진이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소설속 황진이는 황진사가 여종의 몸에서 낳은 딸이지만 출생비밀을 모른 채 양반댁 규수로 성장한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찬 양반 사대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송도 객주가에 기생으로 들어간다. 두 사람은 사랑을 불태우고 화적으로 변한 놈이는 관헌에 붙잡혀 효수형에 처해진다. 소설은 거침없는 성애장면 묘사와 질박한 우리말 어휘 등으로 남한에서도 인기를 끈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