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궐선거 결과 여소야대 정국 구도가 형성되면서 정치권내에서 다양한 세력간 합당 및 연대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재.보선 이후 본격화된 정계개편 관련 논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론,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추진 세력간 연대론, 한나라당에서 제기된 외연확대론, 자민련의 범야권보수연합론 등 그야말로 백가쟁명 식이다. 현재까지 이같은 주장들은 아이디어 수준이고 예열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재.보선 이후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위한 객관적인 조건이 한층 성숙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국의 흐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늠자 구실을 할 전망이다. ◇우리-민주 합당론 =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마련한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합당을 논의할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우리당과 민주당은 같은 형제나 마찬가지"라면서, "민주당과 합당은 해야 한다"고 `당위론'을 강조했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재.보선 직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할 시기가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정 원내대표 역시 합당론의 당위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당장의 실현여부와 관계없이 여당내 실용파 진영의 정계재편 구상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내 개혁파 의원들은 합당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당내 지도부 워크숍에서도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며 합당론에 뚜껑을 닫아놓은 상태여서 당장 정치권 전면에 부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도 지난 3월초 전당대회에서 `분당세력과의 합당 반대'를 결의한 데 이어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기회있을 때마다 "곧 없어질 정당과 뭐하러 합당을 하겠느냐"며 완강한 입장을 보여 조기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한 대표의 2002년 경선자금 수수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한 것도 양당간의 결합보다는 긴장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정책위의장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뿌리도 같고 여러 면에서 생각도 같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말했다. ◇민주-중부권 신당 연대론 = 지난 3일 한화갑 대표가 중부권 신당과의 정책연합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중부권 신당을 주도하는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와 무소속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이 긍정 반응을 보인 것을 계기로 정계개편의 중요한 시나리오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심 지사는 지난 4일 지역 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는 정치세력과 힘을 모아 지역감정의 뿌리를 털고 간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것은 없다"며 호남 대표성을 가진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내에서 실체가 확실치 않은 중부권 신당 세력과의 연대 논의가 성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고, 양측 모두 지역 할거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논의향배는 유동적이다. 김효석 정책위의장은 중부권 신당세력과의 연대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유종필(柳鍾珌) 대변인도 "실체가 없는 중부권 신당과의 연대를 논하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하고 혼사를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발을 뺐다. ◇한나라당 외연확대론 = 재.보선 압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한나라당내에서 수권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연대와 세력재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 중진인 이상배(李相培) 정형근(鄭亨根) 의원 등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충남에 바탕을 둔 자민련 또는 중부권 신당과의 보수대연합을 내세우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나라당의 기득권 포기 및 당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출신 및 개혁성향 소장파 의원들은 영남권 중진들의 보수대연합 주장이 결국 `구태세력 연합'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개혁적 보수로의 당 체질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보수대연합론이 영남권 중진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변형된 주장이라는 것이 소장파 의원들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당간 연대보다는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외연 확대와 체질개선 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이제 (한나라당의) 몸이 상당 정도 추슬러졌으니 슬슬 `작업'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외부인사 영입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범야권보수연합론 =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의 주장으로 "2007년 대선에서 보수혁명을 이뤄내기 위해 정통 보수세력과 뉴라이트 운동세력을 포함한 보수권 대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합도 포함하고 있다. 자민련의 취약한 정치적 존재로 인해 쉽게 힘을 얻기 힘든 주장이지만, 한나라당내 영남권 중진들의 보수대연합론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